Tree Walk, 나무 사이로 지그재그
Posted 2014. 4. 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쾌감을 선사하는 코스 중 트리 런(Tree Run)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별로 볼 수 없고
밴프 같은 캐나다 로키 산맥에 있는 유명한 스키장 중 일반적인 슬로프 외에 키 큰 나무들
사이로 씽씽 달리는 것으로, 스키어들의 로망 중 하나라고 TV 여행프로에서 봤다.
트리 런은 아니지만, 산에서 종종 트리 워크(Tree Walk)를 할 때가 있다. 나무들 사이로 난
구불구불한 길을 지그재그로 어그적거리면서 올라갔다가 신나게 내려오는 걸 이렇게 이름붙여
봤다. 하긴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인 모든 산행이 트리 워크라 할 수 있지만, 유난히 나무들 사이로
나있는 등산로, 그것도 약간 또는 급한 경사가 나있는 길을 스키어처럼 짧게 수십 번 좌우로
방향을 틀어가면서 올라가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양평 백운봉을 사나사 계곡으로 올라가다 보면 함왕성지 4부 능선, 6부 능선에 이어 능선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나오는데, 이 곳은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짧은 건 1미터, 긴 건
5-6미터를 지그재그로 올라가야 하는 코스다. 하도 지그재그를 하게 하기에 한 번은 좌우로
몇 번쯤 방향을 트나 세어봤더니 80번은 족히 되는 것 같았다. 이쯤 되면 난코스는 아니어도
15분 정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제법 땀을 흘려야 한다.
주말인데도 다른 등산객이 별로 없는 호젓한 길을 열씸히 올라가는데 저 앞에서 두런두런
말 소리가 들렸다. 일행으로 보이는 세 사람이 힘들게 올라가고 있었는데, 능선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발걸음을 맞출 수 있었다. 굳이 따라잡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앞에 누가
있으면 일단 반갑고, 중간에 쉬지 않고 뚜벅뚜벅 걷노라면 점점 가까워지면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단순무식한 생각이^^ 은근히 동기부여가 된다.
물론 트리 워크의 백미는 스키 탈 때처럼 내려오는 코스다. 경사가 심한 곳은 서두르지
말고 조심조심해야 하지만, 아무래도 올라갈 때의 힘겨움에 비하면 훨씬 수월해 몸이 저절로
빨라지는 것 같다. 물론 등산 중 사고가 올라갈 때보다는 내려올 때의 방심이나 컨디션
저하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스키어들의 활강처럼 탄력을 받을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아 내려오는 것도 결코 만만하진 않지만, 그래도 트리 워크는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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