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 타고 싶은 형제들에게
Posted 2010. 6. 7. 10:18,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QTzine 7월호에 실릴 글이다. 나도 그렇지만 교회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 문제 없는 교회가 없고, 오히려 문제가 노출되고 자연스레 회자되는 교회가 더 건강한 교회일 수 있다는 희화적인 표현이 어울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켄 블랜차드와 필 호지스는 우화 형식을 빌어 그 근원적 해결을 모색하려는 사람들에게 작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여름이 되면 가뜩이나 하기 싫은데, 올 초여름은 월드컵 때문에 더더욱 하기 어려워지는 일들이 있다. 큐티도 그 중 하나고, 책 읽기도 만만치 않아진다. 부득불 이럴 땐 두껍고 딱딱한 책보다 얇고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책이 그나마 낫고, 생각을 요구하는 이론적인 책보다 부담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이야기책이라면 좀 더 솔깃해질지 모르겠다. 그것도 우리가 평소 가려워하고 힘들어하던 고민을 풀어주는 이야기라면.
도대체 우리 공동체는 왜 이래?!
자신이 속한 청년대학부 공동체에 100% 만족하며 신앙생활 하는 이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있을까? 이게 맘에 들면 저게 걸리고, 전전긍긍 이 문제를 해결하면 호시탐탐 저 문제가 터지고, 꾹 참고 견디면서 정말 열심히 하려는데 속 뒤집어 놓는 웬수들이 불쑥 생기게 마련이고….
도대체 우리 공동체는 왜 이러는 거야?! 우리 공동체에 사랑이 있기나 한 걸까?! 이번 학기나 연말까지 맡은 일만 끝나면 도사님이나 주위에서 아무리 설득해도 내 이번엔 기어코 잠수 탈거야!
조금 열심 있고 사명감 있다는 청년들이 한두 번쯤은 해 본 고민 아닐까.
놓인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비컨 힐 교회의 팀 매닝 담임목사도 이런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6년여 재임기간 동안 열심히 사역한 결과 출석교인 수와 헌금액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침체기에 들어설 뻔했던 예배당도 성경공부 모임, 후원회, 각종 위원회, 절기 준비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불 꺼질 틈이 없을 정도로 부흥하고 있고 목회사역과 리더십에 대한 평도 나쁘지 않다. 게다가 내년이면 교회창립 30주년 기념행사도 치러야 한다. 남들이 보기엔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그는 3개월 뒤 사임을 결심한다.
익명의 편지 한 통
『사랑으로 소문난 교회』(The Most Loving Place in Town, 포이에마)는 그 다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가는 책이다. 이 책이 읽을 만하고, 눈 밝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켄 블랜차드(Ken Blanchard)의 책이기 때문이다. 이 이름을 모르는 이라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에 대해서는 들어봤을 것이다. 명실공히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가 교회 문제를 주제로 쓴 책이라면, 그것도 술술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우화 투로 쓴 책이라면 어떤가, 슬슬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근데 이 대단한 저자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는지 책을 사 보기 전에 궁금해서 견딜 수 없다고? 조금 맛을 보여줄 순 없냐구? Why not? 팀 매닝 목사는 익명의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책은 마치 연극 같이 5부로 구성되어 있다. ● 잃어버린 사랑 ● 절망의 그늘에서 찾은 은혜 ●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 ● 사랑 위에 세워가는 리더십 ● 변화의 길로. 더 이상은 직접 읽어볼 것.^^
이 책은 내용과 전개방식도 흥미롭지만, 장면마다 <회복을 위한 성찰>이란 요약을 팁으로 제시하고, 권말부록으로 <토론 가이드>를 수록하고 있는데, 이런 책이 좋은 책이다. 게다가 토론도 성경공부 교재처럼 문제를 일일이 다 풀어야 하는 게 아니라, 그 가운데 땡기는 질문 한두 개를 골라 편하게 서로 이야기하면서 실마리를 풀어가도록 도와준다. 컨설팅의 대가답게 핵심을 짚어 주면서도 논의를 풍성하게 만드는 질문을 곳곳에 준비해 두고 있다. 이 책을 출간한 포이에마는 김영사의 기독교 출판사이며, 변형 양장본 235면+토론 가이드 25면.
⊙⊙⊙
리더로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섬기기 위해 일하고 있나요? 아니면 섬김을 받기 위해 일하세요? 정직하게 대답하셔야 합니다. 진정으로 섬길 줄 아는 리더는 멤버들의 속마음을 잘 알고 싶어 합니다.
적어놓은 답을 하나하나 읽어갈수록 새로운 사실이 점점 또렷하게 드러났다. 교회에 사랑을 회복시키려는 까닭들 가운데 자기 이미지를 높이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자존심 따위는 집어치우고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청하라. 자신에게 얼마쯤 여유를 주라. 하나님의 은혜가 자리 잡을 여지를 남기라. 용서는 자신을 용납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어긋난 마음을 하나님께 되돌리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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