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벨트의 추억
Posted 2014. 5.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사무실 앞에 있는 롯데마트 2층에 유니클로가 들어왔다. 막내의 흰색 티셔츠도 살 겸
해서 들러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벨트 코너에 발이 멈췄다. 3만원 짜리를 2만원에 할인하고
있었는데, 브라운 컬러인지 검정색인지 하나가 필요했던 터라 살펴보다가 브라운 컬러를
집었다. 이걸 사려고 온 건 아닌데,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소비자! 세일하는 걸 보니
견물생심, 지름신 강림, 마음이 동했다.^^
집에 돌아와 옷걸이를 보니, 작년 여름 도쿄 갭에서 역시 세일가로 산 비슷한 컬러와
스타일의 벨트를 한 바지가 걸려 있었다. 앗차차! 검은 색을 집었어야 했군. 다행히 30일
안에 영수증과 카드를 가져가면 군말 않고 바꿔주는 이 회사의 넉넉한 방침 덕에 다음날
그리 어렵지 않게 바꿔왔다.
꽤 오래 하고 다녀 슬슬 낡기 시작해 가죽이 조금씩 벗겨지더니 구멍 있는 데는 많이
벗겨져 보기엔 약간 흉하지만, 뭐 옷속에 덮이니까 크게 불편을 못 느끼다가 간 김에 블랙
벨트를 사야 할 것을 깜빡 잊고 비슷한 스타일의 똑같은 컬러를 집어온 것이다. 기억력이
확실히 예전만 못해지는 게 틀림없다.^^
아내는 새 벨트도 샀으니 낡은 벨트는 버리자고 하지만, 내겐 아련한 추억이 있는지라
쉽게 버릴 수가 없다. 어느 묘령의 여인이 사 준 것이라서가 아니라^^, 8년 전 이맘때 그러니까
2006년 5월 말에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새벽에 경험한 진도 6.8의 지진이 일어날 때
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잠결에 혼비백산해 급히 바지를 입느라 벨트를 당길 때 가죽을
조인 부분의 나사가 풀어지면서 쏙 빠져 버클과 분리되고 말았다.
황망중에도 한두 시간이 지나 조금 잠잠해졌을 때 호텔 종업원에게 보여주면서 아주
작은 십자 드라이버가 있느냐고 했더니, 안으로 들어가 한참을 뒤져 가져와서 꼼꼼하게
조여 준 적이 있었다. 여진의 공포 속에서도 어찌나 꼼꼼하게 하던지 미안할 정도였다. 이런
추억도 있고, 그 후 산에 다니면서 허리둘레가 조금씩 줄어드는 기적에 나사를 풀어 가죽을
잘라내고 다시 조이던 때의 환희^^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이런 거, 도저히 못 버린다.
해서 들러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벨트 코너에 발이 멈췄다. 3만원 짜리를 2만원에 할인하고
있었는데, 브라운 컬러인지 검정색인지 하나가 필요했던 터라 살펴보다가 브라운 컬러를
집었다. 이걸 사려고 온 건 아닌데,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소비자! 세일하는 걸 보니
견물생심, 지름신 강림, 마음이 동했다.^^
집에 돌아와 옷걸이를 보니, 작년 여름 도쿄 갭에서 역시 세일가로 산 비슷한 컬러와
스타일의 벨트를 한 바지가 걸려 있었다. 앗차차! 검은 색을 집었어야 했군. 다행히 30일
안에 영수증과 카드를 가져가면 군말 않고 바꿔주는 이 회사의 넉넉한 방침 덕에 다음날
그리 어렵지 않게 바꿔왔다.
한동안 벨트는 살 일이 없었다. 패셔니스트도 아니고, 양복 벨트는 따로 있어 이런 건
한 번 사면 끊어질 때까지 차고 다니는 스타일이니까 관심을 둘 일도 없었다. 지금껏 하고
다니던 건 15년도 더 된 건데, 97년엔가 홍콩 지오다노에서 산 걸로, 리버시블. 그러니까
한쪽은 블랙, 다른 쪽은 브라운 컬러라 입는 바지에 따라 버클만 돌리면 이렇게 저렇게
찰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녀석이었다.
꽤 오래 하고 다녀 슬슬 낡기 시작해 가죽이 조금씩 벗겨지더니 구멍 있는 데는 많이
벗겨져 보기엔 약간 흉하지만, 뭐 옷속에 덮이니까 크게 불편을 못 느끼다가 간 김에 블랙
벨트를 사야 할 것을 깜빡 잊고 비슷한 스타일의 똑같은 컬러를 집어온 것이다. 기억력이
확실히 예전만 못해지는 게 틀림없다.^^
아내는 새 벨트도 샀으니 낡은 벨트는 버리자고 하지만, 내겐 아련한 추억이 있는지라
쉽게 버릴 수가 없다. 어느 묘령의 여인이 사 준 것이라서가 아니라^^, 8년 전 이맘때 그러니까
2006년 5월 말에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새벽에 경험한 진도 6.8의 지진이 일어날 때
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잠결에 혼비백산해 급히 바지를 입느라 벨트를 당길 때 가죽을
조인 부분의 나사가 풀어지면서 쏙 빠져 버클과 분리되고 말았다.
황망중에도 한두 시간이 지나 조금 잠잠해졌을 때 호텔 종업원에게 보여주면서 아주
작은 십자 드라이버가 있느냐고 했더니, 안으로 들어가 한참을 뒤져 가져와서 꼼꼼하게
조여 준 적이 있었다. 여진의 공포 속에서도 어찌나 꼼꼼하게 하던지 미안할 정도였다. 이런
추억도 있고, 그 후 산에 다니면서 허리둘레가 조금씩 줄어드는 기적에 나사를 풀어 가죽을
잘라내고 다시 조이던 때의 환희^^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이런 거, 도저히 못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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