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온 매미
Posted 2014. 8.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우리 아파트 8층 베란다 방충망에 매미가 찾아 왔다. 식구들이 곤하게 자는 새벽녘에도 가끔 와서 단잠을 깨우는 심술을 부리기도 하지만, 호되게 한 번 야단 맞은 이후로는 주로 아침 시간에, 그것도 주말에 찾아오는 매너남으로 변했다. 심지어 어떤 땐 아무 소리 안 내고 그냥 방충망에 찰싹 붙어 앉아 있다가 날아가기도 하는데, 대체로 날개를 들썩이며 우렁차게 울어대는 매미본색과 본능을 숨기지 않는다.
갈수록 친근해지는 건지 간이 커지는 건지 모르겠지만, 전엔 가까이 다가가려 하면 잽싸게 내빼더니 요즘엔 카메라를 들이대도 아예 여기가 내 집이라는 듯이 요동은커녕 미동도 하지 않는 대담한 모습을 보여 웃음을 짓게 만든다. 전엔 이렇게 클로즈업 할라치면 바로 날아가 버리곤 했는데, 요즘은 심지어는 방충망을 툭 쳐도 모른 척할 정도니, 이쯤 되면 간이 부어 배밖으로 반은 나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매미가 찾아오는 날은 대체로 덥다 못해 무더웠다. 그러고 보면 매미는 더위를 알리는 전령사(herald)였다. 물론 더위 호외를 뿌린 다음엔 막상 지는 높다란 나무 그늘 아래로 바로 피서를 떠나는 약간 얄미운 짓을 하긴 하지만, 그 또한 매미본색이요 본능일 테니 그걸 뭐라 탓할 순 없을 것이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덜 더운 7월을 보내고 초복, 중복은 온 쥴도 모르고 보냈다 했는데, 역시 아니었다. 8월 들어 35도가 넘는 폭염이 찾아왔고, 며칠 열대야로 밤잠을 설쳐야 했다. 이게 다 매미 울음탓인양, 시끄러워도 말복 더위도 괜찮으니 8월에도 잊지 말고 찾아오면 좋겠다 싶던 게 이젠 그만 울어 더위의 기세가 꺾이면 좋겠다로 생각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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