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리본의 진화
Posted 2014. 10. 1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산길을 걸을 때, 특히 초행길에 종종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건지, 혹시 잘못 들어선 건 아닌지, 이리로 가면 정상에 이르거나 제대로 하산하는 건지 하는 궁금증이 생기거나 조바심이 들 때가 있다. 중간중간 길목에 놓여 있는 이정표가 도움이 되긴 해도 주로 큰길에나 있고, 산길이란 게 원래 제멋대로 나있기 마련이고, 사잇길 투성인지라 제대로 못 찾고 헤맬 때가 있는데, 이때 도움을 주는 게 나무에 묶인 리본이다.
양평 백운봉의 산악회 리본들 (12/14/13)
팔당 예봉산과 운길산의 리본 나무 (10/19/13)
리본이 안 걸린 산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전국 각지에서 온 산악회에서 나뭇가지에 매단 리본을 발견하면 일단 안심이 되고 힘이 난다.^^ 눈에 잘 띄는 색색 리본에 써 놓은 산악회 이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한데, 요즘 자주 다니는 남한산성 벌봉 주위엔 리본이 아닌 다른 형태의 산악회 식별표가 달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명함보다 약간 크게 인쇄된 대구에서 올라온 팀의 식별표는 엘로우 바탕에 블랙으로 크게 새긴 영문 스펠링 두 자가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눈에 확 들어온다. 흔하디 흔한 리본들 사이에서 군계일학처럼 빛이 나면서 한 눈에 보기에도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앞뒤에 똑같이 인쇄해 양면을 활용하는 센스까지 발휘했다.
벌봉을 지나 샘재 가는 위례둘레길 방향으로 걷다 보면 어떤 회사에서 걸어 놓은 작은 펼침막이 세로로 걸려 있다. 리본이라기보다는 배너에 가까운데, 저 멀리서도 볼 수 있도록 "이쪽입니다!"란 응원구호가 손짓한다. 거기다 한 술 더 떠 괴테의 죽여주는 명언까지 새겨 놓아 흥미를 끈다. 이 구절을 보는 직원들과 등산객마다 지나치면서 괴테가 한 말을 곱씹으면서 새롭게 힘을 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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