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모과나무
Posted 2014. 11. 2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서울 촌놈 눈에 지난주에 처음 가 본 홍성 처외사촌오빠집은 살림살이며 주변 풍경이 온통 신기한 것들 투성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잡아끈 건 마당에 우뚝 솟아 있는 키 큰 모과나무였다. 10m는 족히 돼 보이는 이 나무는 아내가 어렸을 적 방학마다 내려갈 때도 있었다는데, 심은 지 기백 년은 족히 된 것 같아 보열 정도로 위풍당당했다.
늦가을 잎이 다 떨어진 가지엔 모과 수백 개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데, 하도 키가 커서 손으로 딸 수도 없고, 사다리를 놓고 따거나 장대로 후려쳐 떨어뜨리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럴 필요가 없는 게, 시간차를 두고 알아서 떨어진 것들만 해도 처치 곤란할 정도로 많았다. 흠집이 안 난 것으로 대충 열댓 개를 주워왔다.
높은 나뭇가지에 달려 있거나 땅에 떨어진 모과 열매들도 신기했지만, 가느다란 가지끝에 지은 까치집도 볼만 했다. 바람 불면 휘청거리는 높고 가느다란 가지 위에 까치는 수십, 수백 개의 잔가지들을 물어와 기가 막힌 건축술로 제집을 짓고 알을 낳아서 새끼를 길러내고 있었다.
더 신기했던 건 모과나무 줄기였는데, 가까이 가서 나무 기둥을 보니 통으로 하나가 아니라 줄기 여러 개가 한데 어울려 나무 기둥 하나를 이루고 있었다. 모과나무가 원래부터 이렇게 자라는지, 아니면 이 오래된 나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타내는 내공인지 모르겠지만, 나이테와는 또 다르게 나무의 연륜을 느끼게 해 주었다.
척 보기에도 좋아보이고 탐이 나는지라 그동안 여러 군데서 사람이 와서 상당액을 제시하면서 팔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때마다 이모님과 형님은 꿈쩍도 하지 않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골프장이나 고관대작들이 정원에 옮겨 심을 요량으로 욕심을 낸 모양인데, 나무는 그냥 제자리에 놓고 자연 속에 내버려두는 게 제일 좋다는 생각이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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