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 한 일
Posted 2015. 1.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올 새해 아침 처음 한 일은 아침 준비와 간단 설거지. 송구영신 예배를 마치고 2시쯤
들어 온 아이들은 곤잠에 빠져 있고, 우리도 고상지 밴드의 반도네온 콘서트를 보고 오느라
자정 10분 전에야 돌아와 조금 늦게 자서 첫아침은 8시나 돼서 맞았다. 어머님을 위해
빵을 굽고 계란 프라이에 치즈를 얹어 간단 토스트를 만들고 커피를 내렸다.
가능하면 주말 설거지는 맡아 하는 게 결혼 후 줄곧 지켜 온 평화유지 기초공약 중
하나인데^^, 이런 컵과 접시와 포크 정도의 설거지는 그야말로 껌이다. 가끔 양이 제법
되는 저녁 설거지도 하는데, 대체로 설거지는 기분 좋은 일 가운데 하나다. 잠깐의 투자로
깨끗해지고 정돈되면서 뭔가 하나 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설거지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신혼 시절 어느날 저녁 우연히 찾아 왔다. 그 전까진
설거지의 설 자는 물론 ㅅ 자도 모르고 차려주는 것 먹고 쉬면서 TV나 신문 보는 천상
한국남자였는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설거지 한 번 해 보겠다고 호기 있게 나선 것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 따라 조금 양이 많았는지(아이도 없던 때라 사실 그릇이
그리 많진 않았을 거다) 길어지면서 다리가 조금 무거워지는 걸 느낀 것 같다.
그때 기특하게도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했던 것 같다. 맞벌이하던 땐데, 똑같이
일하고 들어와 저녁 준비하고, 상 차리고, 설거지까지 하려면 다리가 아프겠단 생각을
무심코 하게 되면서 이거 뒷짐질 일이 아니라 거들어야겠단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던
모양이다. 그 다음 스토리는, 짐작대로다.^^
물론 한순간 그런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지, 바로 실행에 옮긴 건 아니고, 시간이
제법 걸렸고, 주로 주말에 그리 하게 됐다는 스토리다. 재밌는 건, 안 해서 그렇지 하면
잘 한다는 것.^^ 특히 누가 편집자 아니랄까봐 개수대에 일렬로 늘어놓는 덴 상당한
내공이 축적돼 있는 것 같다.^^ 새해 아침을 또 이렇게 시작했다.
'I'm wandering >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팔자 (2) | 2015.01.09 |
---|---|
골격 (2) | 2015.01.04 |
2014년의 개인사 (4) | 2014.12.31 |
어디서 끊어 읽나 (2) | 2014.12.29 |
Fitness Jelly (2) | 2014.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