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쟁이도 만들어지는가
Posted 2015. 2. 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아서라, 말아라
예봉산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현수막 하나가 걸려 있었다. 등산용품이나 의류
세일을 알리나 보다 했는데, 산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모임 인사말, 연설, 면접,
강의, 강연 등 말을 잘하게 만들어 준다는 스피치 관련 광고였다, 그것도 이런 현수막들에
으레 약방의 감초처럼 따라 붙는 단기 완성과 특별 지도 2종 세트까지 곁들였다.
화려한 수사를 구사하는 기름진 언변이나 말빨까진 아니어도 대체로 말을 잘한다는 건
다들 부러워 하는 좋은 재능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말을 잘 못하거나 지나치게 긴장해
더듬거나 버벅거리는 등 말하는 것에 대해 콤플렉스나 일종의 징크스 같은 게 있는 이들은
이걸 보는 순간 잠시 잠깐 솔깃해질 것 같기도 하다. 소시적 웅변 훈련도 아니고 어떻게
트레이닝해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내는지 이들의 노하우가 궁금하다.
중고등학교 때 내 별명 가운데 하나는 우습게도 떠버리였다. 비교적 내성적인 성향에
잘 나서려 하지 않는 내게 어떻게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 갸우뚱거려지긴 하지만, 별명이
생길 정도면 주위 친구들에게 조금 시끄럽게 굴어댔던 것 같다.^^ 작금의 내 이미지로
나를 아는 이들에겐 리.얼.리? 하면서 전혀 상상이 안 되겠지만 말이다.
스피치는 시나브로 대학 교양강좌로도 개설돼 있고, 유명인들의 스피치 노하우를
담은 책들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 누구나 말을 잘하고 싶은 욕구를 잠재적으로
갖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하긴 요즘 같이 재미(Fun)와 유머가 필살기가 된 세상에서
말을 잘 못한다는 건, 버벅거린다는 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스피치 능력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인데, 이런저런 학습과 훈련에 이어지는
연습이 도움은 되겠지만, 만족할만한 변화를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글쎄, 이런 학원들이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는 몰라도 괜히 엄한 데 돈 들이기보다는 부지런히 산에 다니면서
인적이 조금 드문 곳을 지날 땐 배에 힘 주고 큰 소리로 혼잣말을 해 보거나, 봉우리에
올라 메아리칠 정도로 큰 소리로 뫼쳐대는 게 훨씬 좋은 방법 아니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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