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삶는 기계
Posted 2015. 4.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아서라, 말아라
두 주에 한 번 하는 회의로 온누리교회에 갔다가 이 교회가 속해 있는 교단에서
만드는 교계신문이 보이길래 쉬는 시간에 잠깐 뒤척여 봤다. 기사 제목 중심으로 대충
넘겨가다가 하단 광고들이 눈에 띄었다. 교회 관련해 으레 있을 법한 광고들 사이로
국수 삶는 기계 광고가 흥미로웠다. 단체급식용으로도 보이지만, 주일 예배 마치고
점심으로 국수를 먹는 교회들이 많아 이런 기계가 개발된 모양이었다.
3-5분에 50인분의 국수를 삶을 수 있다니, 국수 먹는 교회들이 관심을 보일 것 같아
목회자들이 보는 신문에 광고를 하나 보다. 2미터 정도라 주방에 제법 자리를 차지하고,
얼마나 하는진 몰라도 초기 투자비가 들겠지만, 충분히 본전은 뽑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목회자였다면, 한 대 구입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어렸을 때 다녔던 모교회 점심은 늘상 국수였다. 권사님들과 집사님들이
큰 솥에다 국수를 삶고 찬물에 헹궈 채반이나 스덴 대접에 담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예배 마치고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시장한 영혼들에게 빛의 속도로 국물을 부어주시곤 했다.
별 거 없었지만 왜 그리 맛있었던지. 지금도 잘 먹지만 그땐 기본이 두 그릇이었는데,
국수 잘 먹는 나를 흐뭇해하시던 분 중에 한 분이 나중에 장모님이 되셨다.^^
그 다음 면 하단엔 교회를 위한 대출 안내광고 두 개가 붙어 있었다. 재정적으로
어렵거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목돈이 필요한 교회들을 상대로 다이렉트로 대출해 주는
건 아니고, 알선하거나 주선하는 내용인데, 대출금리 하한선 연 3%는 명기돼 있지만,
상한선은 나비처럼 훨훨 날고 있었다.
교회를 위한 자금 대출광고는 조금 생뚱맞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웬만하면 매주 들어오는 헌금액에 맞춰 예산을 세우고 알뜰하게 살림하면서 그럭저럭
운영될 것 같은데, 막상 개별 교회들의 속사정은 그렇지 않길래 이런 광고들이 나오나 보다.
광고주들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이 광고의 주요 타겟일 목회자들이 광고 내용보다는
이미지로 사용된 기도하는 손에 더 꽂히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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