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순천여행4 - 선암사 뒤깐
Posted 2015. 5. 9.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선암사 같은 고풍스런 절간에 응당 근사한 뒷간이 없을 수 없겠다. 그런데 여기 뒷간은 산사의 예스런 분위기에 저해되지 않도록 기와 지붕을 멋지게 올리고, 목재를 사용한 처마며 서까래가 품위가 있어 보였는데, 알고 보니 문화재로 지정돼 있었다. 화장실도 문화재가 될 수 있다니 신기했는데, 문제는 "깐뒤"란 현판을 요즘 세대는 자칫 읽을 수 없어 아쉽게도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옛날에 쓰던 방식인 오른쪽부터 쓰고 지금은 사용 안 하는 ㅺ 자를 썼으니 제법 오래 된 글씨체였다. 전라도에 있는 산사(山寺)니까 남도에서 화장실을 달리 부른다는 정랑(淨廊)이나 절간에서 많이들 쓰는 해우소(解憂所)라 써 놓을 법도 한데, 급한 볼일 보는 곳에 괜히 그런 점잖뺄 필요 없이 지극히 사실적이고 인간적이면서 동시에 예스러운 순우리말을 썼으니 스님들의 해학이 느껴졌다.
안에 들어가면 큰 일 보는 곳(大便所)이란 한자로 된 현판이 하나 더 붙어 있는데 한글로는 작으나 크나 뒤깐으로 통칭한 것도 보기 좋았다.^^ 통풍이 잘 되도록 높은 지붕과 빗살창을 만들어 놓았는데, 신기하게도 화장실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자세한 내부 구조가 궁금한 분들은 직접 가서 사용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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