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순천여행3 - 선암사 법고

선암사의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성이는데 저녁 예불(禮佛) 시간이 됐는지 빨간 법의(法衣)를 걸친 스님들이 이동하시는 장면이 보였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시간을 잘 맞춘 셈이 돼서 이런 구경도 하게 됐다. 몇 걸음 전 막 진입하는 장면을 찍거나 간격을 조금만 더 띄어 천천히 걸어주었다면 더 멋진 그림이 됐겠지만^^, 뭐 이 정도도 감지덕지다.

 

메이지신궁에서 시간 맞춰 본 일본 전통결혼식 (8/5/13)

  

2층 누각(樓閣) 스타일의 범종루(梵鐘樓) 앞엔 이미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아침 저녁으로 시간을 맞춰야 볼 수 있는 법고(法鼓) 예식을 구경하고 있었다. 목탁과 독경 외엔 대체로 조용한 산사에선 큰 소리가 나는 법이 없는데, 사물(四物)이라 하여 범종(梵鐘), 법고(法鼓), 목어(木魚), 운판(雲板)을 울리고 치고 두드려 소리내는 시간이 진기한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다. 다 좋았는데, 펩시콜라 자판대 위치가 옥에 티였다.^^

 

법고는 꽤 컸는데, 양쪽을 암소 가죽과 수소 가죽으로 달리 써야 소리가 더 잘 울린다고 한다. 사물을 울리는 스님 네 분은 연배가 달라 보였는데, 목어를 두드리는 분이 연장자로 보였다. 연륜과 신심에서 나오는 절도와 힘이 느껴졌다. 소리가 큰 범종은 조금 떨어진 곳에 따로 있었는데, 명징한 종소리가 일정 간격으로 경내에 울려 퍼지자 불음(佛音)의 깊이와 내용은 몰라도 잠시 숙연한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