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순천여행6 - 동백꽃의 변주
Posted 2015. 5. 1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5월 초 여수 오동도엔 아직 동백이 남아 있었다. 시즌이 끝나가고 있어 동백나무에 달린 마지막 꽃들은 대충 분위기만 전달하고, 땅에 떨어져 길을 이룬 동백꽃잎들이 오히려 빛이 났는데, 그렇게 계절을 보내긴 아쉬웠는지 지나가는 이들이 이렇게 저렇게 변주(變奏)를 해 놓은 게 볼만 했다.
제자리를 떠난 꽃들이 빛을 보기란 쉽지 않은 법인데, 빼어난 눈썰미와 유쾌한 장난끼를 지닌 이들이 떨어진 동백을 더 빛나게 만들어 주었다. 코끼리 다리통 같은 동백 줄기의 파인 홈에 회춘한 동백은 원래 거기서 피어났다고 해도 믿어질 만큼 자연스레 자리 잡고 화려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넓은 잎을 가진 친구가 심심해 보일까봐 잎 가운데서 피어나기라도 한 것인양 사뿐히 얹어 놓거나, 여수를 노래한 시패 위에 꽃 한 송이 어찌 빠질 수 있겠냐며 올려놓은 그 자리들은 문자 그대로 적재적소가 따로 없었다. 문득 레이몬드 카버의 소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 떠올랐다.
그래도 동백은 역시 한 송이씩만 아니라 무리지어 한데 어울려야 보기 좋다면서 모아서 작품을 만든 이들이 있었다. 길 위의 동백 하트는 장미 하트 부럽지 않았고, 테이블 위에 돗자리 깔고 솔방울과 함께 항아리 뚜껑에 소담하게 담아놓은 동백 인테리어는 거의 비길 데가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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