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순천여행7 - 순례자들

습지와 정원으로 이뤄진 순천만정원은 넓고 쾌적한 게 반나절이나 한나절 산책하며 구경하기 좋았다. 그 중에서도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라는 찰스 젱스가 디자인한 순천호수정원은 BBC를 비롯한 미디어들의 극찬을 받았다는 곳인데, 과연 사람들이 몰려올만 했다. 한가로이 거닐다가 사람들이 이리로 저리로 행렬을 이루며 걸어다니는 게 보였다. 어떤 방향을 향해 한 번씩 교차해 걷고 있는 게 꼭 무슨 순례자들 같았다.

 

서너 개의 서로 다른 모양의 나즈막한 언덕길을 길게 지그재그로 오르내릴 수 있도록 디자인해 놓아 그리로 오르내리는 이들은 서로에게 멋진 풍경이 되어 주었다. 이런 사진은 마치 물때를 기다리듯 충분히 인내하면서 LCD창에 사람들이 이가 빠지지 않고 좌우 균형을 이루기를 기다렸다 찍어야 하는데, 그런 여유를 부리기엔 돌아오는 고속도로 정체가 예상돼 적당히 분위기만 담고 합류했다.   

 

그래도 예상치 못한 순례자가 된 이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고 기분들이 좋았던 것 같다. 서울의 올림픽공원이 이 비슷한 모양새를 내긴 해도 이곳 순천만정원은 원래 지니고 있는 자연환경 자체가 더 수려하고 빼어난지라 눈길을 돌리는 곳마다 근사한 풍경들이 연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