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순천여행8 - 순천은 정원이다
Posted 2015. 5. 14.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남도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서울 사람인 난 아직 가본 적 없던 순천이 도시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촌 구석까진 아니어도 으레 갈대밭 낀 농어촌이겠거니 싶었는데, 막상 순천에 가니 순천 사람들도 스스로를 도시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길 원했다. 도시가 아닌 정원으로.
한 도시가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단어나 표현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가령 내가 사는 하남만 해도 20년 넘게 살았지만 딱히 뭐라고 불러야 할지 어울리는 뭔가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순천은 정원이라고 자신을 지칭하고 있으니, 이건 참 대단한 자부심이고, 근사한 도발로 들렸다.
스스로 부른다고 다 그리 되는 건 아닌데, 순천만은 국제습지(Wetland) 센터를 갖고 있다는 천혜의 자연환경에 순천만정원이란 어디다 내놔도 손색없는 잘 디자인된 정원을 가꾸었으니 방문객 입장에선 이렇게 자신을 불러도 잘못되거나 어색하단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진작에 이런 거 하나쯤은 있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에 정원으로 잘 보존되면 좋겠단 느낌을 받았다.
다음에 순천을 다시 올 기회가 생기면 순천만정원에서 반나절이나 한나절 여유 있게 보내면서 여러 정원과 습지를 구경한 다음 늦은 오후에 적당히 시간 맞춰 유명한 순천만 갈대밭으로 이동해 노을을 맞는 것도 꽤 근사한 여행이 되겠다 싶었다. 정원 같은 순천, 다시 오고 싶은 동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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