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2 - 다 내 거야
Posted 2015. 5. 3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괴산 동진천 산책로를 걷다가 데크 아래 천변에 앉아 있는 강태공을 만났다. 5월 하순 늦은 오후 뙤약볕의 체감온도는 30도는 족히 됐는데, 신발은 가지런히 벗어놓고, 모자만 쓰고 온몸으로 햇볕을 받으며 여섯 개의 낚싯대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코펠과 누워 있는 부탄가스통이 간단히 끼니를 해결했다는 걸 보여주고, 물속에 담아 놓은 그물망은 반쯤 수면 위에 떠 있는 걸 보니 제법 묵직하게 잡은 모양이다.
앉아 있기만 하는 것도 중노동인지 다리 한 쪽을 쭉 펴서 주무르면서도 밀당의 고수답게 시선은 수면을 놓치지 않는다. 그러다가 맨왼쪽 낚싯대에 신호가 왔는지 잽싸게 들어올릴 태세에 들어갔다. 넓은 동진천이 죄다 그의 나와바리(なわばり)였다. 숨어 있던 물고기들도 그의 낚시줄에 걸린 미끼의 유혹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 반대쪽으로 돌아오는 길엔 잔뜩 허리를 굽히고 물속에 발을 담궈 올갱이를 주워 담는 할머니를 만났다. 챙이 넓은 모자에 수건까지 머리에 두르고, 허리엔 올갱이 보관 그물을, 손엔 바가지와 흙을 씻어내리는 플라스틱채를 들고 있다. 해녀처럼 수십 년 경험으로 눈길 닿는 곳마다 올갱이들이 붙어 있다가 건져 올려질 것 같았다. 얕은 동진천이 죄다 그의 나와바리였다.
산막이길에서도 올갱이를 근으로 파는 걸 봤는데, 아마 이분들이 잡은 걸 모아 파는 게 아닐까 싶었다. 올갱이는 지역에 따라 다슬기라고도 부르는데, 내가 맛본 최고의 다슬기 맛은 영월역 주변 음식점들이 동강에서 잡은 걸로 만드는 순두부와 해장국이었다. 함께 먹어본 적이 있는 동생 말로는 여기선 그 정도 맛은 안 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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