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비어도 괜찮다
Posted 2015. 5.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더라도 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곳에선 종종 하트 모양을
볼 수 있다. 누가 인위적으로 만진 게 아닌데도 거의 완벽하게 하트를 그려내는 걸
보면 경탄이 절로 나온다. 저들도 자신들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모습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산책이나 산행을 잠시 잊고 한참을 서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생물(生物)인지라 이가 빠지기도 하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기도
하면서 하트 모양이 찌그러져 있거나 납작하거나 하면서 완벽하지 않은 게 실제로는
더 많다. 꽃이 그려내고 있는 거라 후하게 점수를 주는 거지, 다른 데서 그런 모양을
하고 있다면 굳이 하트라고 부르지 않았을 것들도 있다.
남한산성 벌봉 가는 길 한켠에 푸른 잎을 받침 삼은 하얀 찔레꽃 무리가 하트를
그려내고 있었다. 그것도 둘씩이나 됐는데, 둘 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대체로 하트라고
인정해 줄만한 모양새였다. 그 중 하나는 하트라기보다는 아프리카 지도를
연상시키기도 했지만.^^
처음엔 조금 아쉽다 싶었지만, 이내 조금 빈 구석이 있어 보이는 이 친구들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더 눈길을 끌었다. 플로리스트가 공들여 만든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하트였다면 경탄은 했겠지만, 덜 자연스러워 보이거나 너무 눈이 부셔 발걸음을
옮겼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빈 구석이 있어도 이렇게 한데 어울려 나름 모양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게 대단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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