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꽃, 펜꽃, 아이리스
Posted 2015. 6.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남한산성 벌봉 가는 길엔 요즘 붓꽃(Iris)이 한창이다. 장난삼아 펜꽃이라고도 부르는데 보라색이라 언뜻 보면 풀색에 가려 지나치기 쉽지만, 자세히 보면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약간 신비해 보이기도 한다. 은고개 엄미리 계곡에서 출발해 산성 외곽에 이르기 전 길가엔 키 작은 붓꽃들만 보이다가 산성 안으로 들어와 벌봉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보면 이름에 걸맞게 제법 키가 크고 늘씬한 붓꽃들을 볼 수 있다.
5월 마지막 토요일엔 산행 내내 가는 비가 왔는데, 빗방울 맺힌 꽃잎이 다른 때보다 선명하고 생기 있어 보였다. 오랜만에 이름 그대로 뭔가를 써 내려가려는지 물방울에 꽃잎을 적셨다. 붓꽃이 써 내려가는 시나 글은 자세히 읽어보지 않더라도 보라색 향기와 함께 아름답게 수 놓아졌을 것이다.
물 만난 붓꽃들 중에는 거의 1미터에 달하는 늘씬한 키를 자랑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단독으로 피어 독야보보를 자랑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길다란 풀잎 위에 피어난 붓꽃들은 꽃다발 같기도 하고, 바람 음악에 맞춰 춤추는 분수대 같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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