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이 되고 싶은 게로군
Posted 2015. 9.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한낮에 산에 올라도 등에 땀이 배지 않을 만큼 좋은 계절이 됐다. 여름철 등산은
등허리가 땀에 차 기분은 좋지만 땀을 식히고 말리는 게 약간 부담스러워 미루거나
건너뛰기 십상인데, 그 명분이 자동소멸된 것이다. 주중 1-2회에서 2-3회로 횟수는 살짝
늘리고, 벤치만 보이면 달려가 걸터앉아 호흡을 고르던 휴식 빈도도 줄어든다.
본격적인 경사면 계단 구간이 나오기 전에 자리 잡은 넙적하고 단면이 반듯한 바위
세로면 중앙에 껌딱지 같은 게 붙어 있었다. 누가 매너 없게 붙여놓은 건 아닐 테고, 가까이
가 보니 물들다 만 낙엽 한 장이 바위에 제 몸을 위탁하고 있었다. 클라이밍 중인지,
다운 힐 중인지는 확실치 않은데, 아마 나처럼 호흡을 고르고 있나 보다.
바위 경사가 90도는 안 돼도 거의 그래 보였는데, 어쩌다가 이런 아슬아슬해 보이는
시도를 하고 있는 건지, 안쓰런 맘으로 잠시 눈길을 주었다. 지나던 등산객이 손이나 스틱으로
일부러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제법 견뎌낼 것 같긴 해도 시간이 흐르거나 비바람이라도
불어대면 힘이 빠져 속수무책일 텐데, 버티는 방법은 없을까. 너무 쎄지 않은 비가 살짝
뿌리면서 마른 잎을 적셔 바짝 달라붙게 만들면 이 다음에 화석이 될 수도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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