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먼 화풀이
Posted 2015. 9.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진행 방향과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산악 이정표만큼 등산객들에게 요긴한 시설이 없지만, 가끔 화살표 방향이 잘못되면 헷갈리게 하거나 엉뚱한 곳으로 이끌고, 남은 거리가 맞지 않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곤 한다. 잘못된 방향에 들어서면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다시 돌아나오면 되지만, 이정표에 따르면 분명히 거진 온 것 같은데 아직 한참 남은 상황이 되면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저 허허 웃어 넘길 수도 있지만, 성미가 급한 이들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알파벳 첫 글자와 세 번째를 연발하기도 하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생각하기에 아주 오차가 크다든지, 여러 번 이런 경우를 당한 이들은 참다 못해 뜻밖의 실력행사를 하곤 한다. 내려오면서 원인제공한 이정표에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검단산 산곡 방면 등산로 이정표 하나가 양쪽이 어지럽게 뜯겨나가는 수난을 당했다.
사실 산에서의 거리란 게 직선 거리도 아닌데다 계단이며 바위 등을 오르내리락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실제 거리에 비해 오차가 있게 마련이지만, 차이가 나도 너무 나면 뿔딱지가 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거리가 틀렸다는 건 알겠는데,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도리가 별로 없다는 게 낭패다. 스마트폰 앱을 가동해 거리를 측정할 수도 있지만, 이게 꼭 정확도를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아예 그 틀린 거리 표시를 빡빡 긁어내 알아볼 수 없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당장의 화풀이야 되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남은 거리를 알 수 없게 돼 애먼 화풀이가 된다. 멀쩡한 시설훼손으로 보기도 좋지 않으므로 속 터지더라도 이런 만행은 하지 말아야 한다. 강 건너 예봉산처럼 점잖게 이러면 어떨까.
점 하나를 빼면 (2/12/15) 손으로 쓴 이정표 (10/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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