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여행10-말려 먹는다
Posted 2015. 12. 25.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실내가 아니고 제법 걷는 하회마을 같은 동네를 겨울철에 둘러보는 건 날도 춥기도 하고 을씨년스러워 잔뜩 움추린 채 걸음을 서두르게 되는 등 썩 좋은 선택은 아닌데, 그래도 오래된 마을이라 골목길을 걸으면서 이런저런 색다른 구경거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에 처마 밑에 매달아 놓은 각종 가을걷이들이 눈길을 잡아당겼다. 시골 태생인 분들에겐 늘상 보던 이즈음의 평범한 일상 풍경이겠지만, 서울촌놈에겐 하나하나가 새로워 보였다.
감 하면 상주를 떠올리지만, 같은 경북 지방에 옆동네인지라 안동에도 감나무가 많은 모양이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추운 겨울 입이 심심할 때 달콤한 곶감으로 먹는 재미도 쏠쏠한지라 껍질 벗겨 줄에 매달아 말리는데, TV에서 보니 요즘은 감 깎는 기계도 있고, 빨래꽂이처럼 생긴 플라스틱 감 건조대가 많이 보급된 것 같다.
다른 방 처마 밑에선 메주를 말리고 있었는데, 된장과 고추장에 간장까지 담구는 메주는 어렸을 땐 우리집에서도 쑤고 띄우곤 했다. 며칠 냄새로 킁킁거려야 했지만, 어느집이나 없어선 안 되는 재산이었다. 메주를 새끼줄로 엮는 건 모양 때문이 아니라 짚풀에 있는 균에서 분비된 효소가 메주의 콩 단백질을 분해해 장맛을 좋게 한다는 얘길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아마 이 즈음 말려 먹는 선수들 가운데 시래기를 빼놓는다면 몹시 서운할 뿐 아니라 말이 안 될 것이다. 김장철 배추 겉껍데기며 무청을 말린 시래기는 국이나 반찬에 없어선 안 되는 기본 재료였는데, 경제성이나 영양 면에서나 서민들의 시름을 달래주는 소중한 생활자산이었다. 자연이 냉장고였던 시절 땅속에 파묻은 항아리에서 갓 꺼내 손으로 쭉쭉 찢어낸 김치와 더불어 언제라도 한 끼를 빛내는 찬으로 이만한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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