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여행8-안동소주박물관
Posted 2015. 12. 23.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일전에 안동 내려오면 차 한 잔 하자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안동소주 관계자에게서 온 건데, 뭐 연고나 지인이 없는 안동 갈 일이 언제 생기겠나 하면서 흘려보내다가 안동에 간 김에 문득 생각이 나서 잠깐 들렸다. 큰 기대 없이 연락도 없이 불쑥 들린지라 마침 그분은 출타중이어서 만남이 성사되진 않았지만, 이 인연이 아니었으면 들릴 일이 없었을 안동소주, 전통음식 박물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박물관은 공장 옆에 붙어 있었는데, 우리나라 시대별 술병 유물 수십여 종을 모아 놓았고, 안동소주 제조과정도 재현해 놓았다. 그 옆엔 혼례음식부터 수라상, 회갑상, 제사상 등 다채로운 전통음식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1999년 DJ 정부 시절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하회마을을 방문했을 때 47가지 궁중음식으로 생신상을 차렸는데, 이곳의 주인이며 안동소주 기능보유자인 조옥화 여사 작품이었다고 한다. 입장료는 없으며, 가볍게 둘러불 수 있었다.
안동소주는 일단 45도란 강한 도수로 유명한데, 마트나 식당에서 파는 소주가 15-20도 정도인데 비해 무척 쎈 술인 셈이다. 누룩을 원반 모양의 메주처럼 만들어 절구에 곱게 찧고 빻은 다음 고두밥을 찌고 주정발효된 밑술을 증류해 이슬처럼 받아내 노주(露酒)라 불렀다고도 한다. 요즘과는 달리 장작불을 때서 방울방울 받아냈으니, 더치 커피 내리는 것과 모양은 비슷해도 그 수고가 장난이 아니었을 것 같다.
이곳에서 만든 안동소주는 호리병 모양의 술병에 브랜드를 새겨 파는데, 옛 선비들의 조촐한 술상이 흥미롭다. 한쪽 구석에 죽부인이 서 있는 가운데 화문석 돗자리 위에 방석을 깔고 앉았는데, 의관을 제대로 차려 입고, 곰방대는 단정히 내려 놓고, 흐트러지지 않은 꼿꼿한 자세로 작은 술잔을 들고 고담준론을 나누는 가오가 제대로 폼이 난다.^^
한쪽 벽엔 지역별로 만들던 전통주를 지도에 표시해 놓았는데, 귀에 익은 이름들이 여럿 보였고, 역시 술문화는 전국적으로 편재했었다는 걸 볼 수 있다. 술 지도를 보면서 서쪽에 비해 동쪽 지방 땅들이 넓다는 생각과 함께, 문득 요즘 지지부진한 지역구 획정 문제도 이런 식으로 정해지면 정치판이 재밌어지겠다 싶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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