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낙엽
Posted 2016. 1.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늦가을부터, 아니 어쩌면 그 훨씬 이전부터 켜켜이 쌓인 낙엽들은 지저분하게 보이고
먼지나 일으키면서 등산객들의 시선을 거의 끌지 못한다. 색색으로 물든 단풍이나, 하다 못해
초록으로 달려 있는 잎들은 잠시 멈춰서서 숨 돌릴 때 눈에라도 띄지만, 등산로 구석의
낙엽들은 구르고 날리다 밟히기만 할 뿐 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존재야 미미하지만, 산길에 낙엽들이 없다면 얼마나 황량할지는 다녀본 이들이라면
쉬 공감할 수 있다. 등산로가 흙길만 이어지거나 나무나 철계단만으로 연속된다면 도통
재미가 없다. 바위길도 있어야 하고, 간혹 물길도 지나야 지루하지 않은데, 이 모든
길에 거의 빠짐없이 함께하는 것이 굴러다니거나 쌓여 있는 낙엽들이다.
밟으면 먼지도 나고, 간혹 물기를 머금고 있어 미끄럽기도 하지만, 보통은 푹신한
느낌을 선사해 일부러라도 밟고 싶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이 퇴적된 낙엽들의
제일 소명은 바스라지면서 다시 흙으로 돌아가 나무와 풀 그리고 꽃들을 자라게 하는
자양분이 되는 것인데, 이 모든 걸 소리 소문 없이 묵묵히 해 내니 새삼 대단해 보인다.
나무에 달려 있을 때야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등으로 이름도 있고 형체도
뚜렷했지만, 낙엽이 되니 기껏해야 마른 낙엽과 젖은 낙엽으로 나뉠 뿐 죄다 도맷금으로
묶여 그 구분이 큰 의미가 없다. 그저 한쪽에 잔뜩 쌓였다가 찢어지거나 바스라져 가는 걸로
살짝 구분이 될 뿐이다. 그 와중에도 반으로 접히거나 둘둘 말리면서 조금 도드라져
보이는 것들이 있길래 잠시 눈길을 주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