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꽃
Posted 2016. 2.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올겨울은 한 주간 정도 맹렬한 한파가 닥친 후론 이대로 지나가나 싶었는데, 다시 눈이
내리면서 겨울풍경을 연출한다. 화요일 점심산행을 위해 사무실 횡단보도를 건너 근린공원과
아파트 단지 사이로 난 길을 지나 등산로로 접어드려는데, 공원 길가의 키 작은 나무들이
온통 눈을 뒤집어쓴 채 함박웃음으로 맞아주었다.
그러고보니 눈꽃만 피운 게 아니라, 어느새 이파리들을 내고 있었고, 그 위에 눈이 쌓여
눈꽃을 이룬 거였다. 이파리 하나가 5cm 남짓하고, 두께는 몇 mm 안돼 보였는데, 제 몸이
담을 수 있는 최대한으로 내리는 눈을 불러 눌러 앉힌 것이다. 쌓인 눈은 얼추 2-3cm는
돼 보였으니 작고 얇팍한 이파리치곤 많은 눈을 붙잡아 세운 것이다.
멀리서 봐도 설경을 이루고 있는 산길이 어서 오라며 걸음을 재촉했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치기엔 이들의 수고가 너무 가상했다. 그 옆에 서 있는 키 큰 나무들은 듬성듬성 눈을
붙잡는데 그쳤는데, 눈 무게가 상당했을 텐데도 이토록 함박눈꽃을 피워내는 걸 보면 이들도
그냥 지나가지 않고 겨울 추억을 선사하는 눈발이 싫지 않았던 모양이다.
'I'm wandering > 동네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2) | 2016.02.27 |
---|---|
바위밑 고드름 (2) | 2016.02.21 |
마른 낙엽 (2) | 2016.01.29 |
숫자 명찰 (2) | 2016.01.28 |
눈길 웨이브 (2) | 2016.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