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문어와 공룡
Posted 2016. 4. 2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TV를 보다가 요즘 잡히는 돌문어가 맛있단 얘길 들었는데, 갑자기 열일 제쳐두고 동해안으로
달려 갈 순 없어 아쉬운 대로 그 다음날 문어를 보러 산에 갔다. 오잉~? 수산시장도 아니고 엉뚱하게
웬 산이냐, 삶이 고단해 어떻게 된 거 아니냐 하겠지만. 종종 산에도 문어가 사는 게 아닐까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웬만한 산엔 등산로가 조성되기 전부터 산길 중간에 자리 잡고 뿌리를 내리면서 훌쩍 자라
산행에 약간 방해가 되는 나무들이 있게 마련인데, 그 중 비교적 큰 아름드리 나무들은 뿌리가
깊어 완전히 베거나 뽑아버리지 못하고 밑둥만 남긴 것들이 많다. 이 나무들은 뿌리 여러 가닥을
땅에 노출시키는데, 이러면 잘린 밑둥은 문어 머리로, 굵은 뿌리들은 다리로 보이는 것이다.^^
아니, 대가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문어 다리는 강력한 흡인력을 자랑하는 빨판으로 입증되는데,
이건 빨판이 없지 않느냐 하실 텐데, 맞다. 문어가 빨판이 없다면 뭐 없는 뭐일 테니까. 그런데
어쩔 거나, 내겐 빨판을 보여주던 이 나무 문어가 다른 사람들이 가까이 오는 소릴 듣자 부끄러웠는지,
아니면 본능적인 경계심이 발동했는지 땅속에 숨어 버렸네.^^
만우절 지난 지도 한참 됐는데, 너무하는 거 아니냐 하겠지만, 아니다! 더한 걸 보여드리겠다.
문어와 친구지간인 공룡도 산에 산다. 어떤가, 피부 껍질이며 다리 모양이 쥬라기 시대 공룡과
방불하지 않은가.ㅋㅋ 이 공룡의 키가 얼마나 되고, 머리 모양이 어떤지 왜 안 보여주느냐고
따지진 마시고, 정말 보고 싶으시면 직접 가 보시라. 원래 고수는 고기 잡는 법보다는 고기
있는 델 알려주는 법이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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