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산 자작나무 군락지
Posted 2016. 4. 1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하남 마루공원 주차장에서 위례둘레길 들어서는 낮은 언덕을 잠시 헉헉거리면서 올라가면 곧 평탄한 산길이 나오면서 객산과 남한산성 벌봉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이 시작된다. 얼마 안 가면 바로 오른쪽 숲 사이로 자작나무(Japanese White Birch) 군락지가 자리 잡고 있는데, 약간 아래쪽에 있어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위치다.
좀 더 가면 나오는 소나무숲처럼 걸어가면서 한참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많지도 않지만, 몇 그루 안 되는 것도 아니어서 제법 볼만하다. 군락지가 조성된 게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듯 수십 그루가 한창 자라고 있는데, 아름드리 굵은 나무들은 많지 않지만, 사시사철 날씨나 기온에 구애 받지 않고 훌훌 껍집을 벗고 있어 주변 나무들 사이에서 단연 도드라져 보인다. 둘레길 나무 안내판에는 5월에 꽃을 피운다고 적혀 있는데, 어떤 모양인지 보러 와야겠다.
가까이 가서 보면 주로 가로로 스크래치가 나 있는데, 개성 있고 화풍이 독특한 화가가 나무를 캔버스 삼아 회색과 은색 그리고 흰색 톤의 물감을 듬뿍 묻힌 다음 페인팅 나이프로 한 번에 휙 긁어내거나 덧칠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해 발걸음과 시선을 끌어당긴다. (아래 사진은 아내가 스마트폰으로 구도를 달리해 찍은 것이다.)
숲속의 신사란 멋진 별칭을 갖고 있는 자작나무는 굵은 건 굵은 것대로, 가는 건 또 가는 것대로 하나하나가 볼만하지만, 조금 떨어져서 한데 어울려 있는 풍경을 감상하는 게 묘미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하나도 같은 게 없고, 갈 때마다 조금씩 다른 뉘앙스로 다가오는 게 참 근사하고 품격이 있어 보인다. 나같은 문외한이 주목할 정도면 그림 그리는 이들은 당연히 탐을 낼만한 풍경이라 아내도 수채화로 한두 장 그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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