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
Posted 2016. 6.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주일에 교회에 갈 땐 주차난도 피할 겸 가급적 10분 정도 일찍 도착하(려)는 편인데, 가끔 차가
잘 빠져 예상보다 좀 더 일찍 도착할 때가 있다. 예배당에 바로 들어가자니 너무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더군다나 올해 들어선 갑자기 예배를 위한 기도를 한다며 인도자가 기도제목을 불러주면서
쓸데 없이 시간을 뺏고 있다) 그럴 땐 학교 교정의 등나무 밑을 찾아 잠시 꽃 구경, 나무 구경을 하다
들어가곤 한다. 지난주엔 풀밭에 뭐가 떨어져 있길래 가까이 가서 보니 살구 열매들이었다.
잔디 위에 떨어진 살구들은 군데군데 뭉텅이로 모아 놓았는데, 상처가 났거나 너무 익어 문드러진
것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싱싱해 보였다. 시골 학교도 아니고, 살구를 많이 먹지도 않는 세대니까(개중엔
어쩌면 살구가 뭔지도 모르는 애들도 있을 터이다) 학생들이 이리 모아 놓았을 리는 없을 테고, 아마도
학교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너무 지저분해지지 않도록 모아 놓은 것 같은데, 서울 촌놈 눈에 띄었다.^^
하긴 나도 이곳을 자주 찾으면서도 어떤 나무인지 모르다가 떨어진 열매를 보고서야 비로소
살구나무 존재를 알게 됐다. 어렸을 때 동네에 살구나무가 있었고, 살구를 잘 먹으면서도 정작
살구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하긴 요즘은 이런저런 과일이 넘쳐나는 시대이고,
딱히 살구 먹을 일도 별로 없어 살구나무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가지에는 생각보다 많은
살구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는데, 매끄럽고 튼실해 보이는 게 먹음직스러웠지만, 참았다.
마침 주말 뉴스에선 최근 자두와 살구를 교배해 자두향에 살구맛을 내는 플럼코트란 당도가
높은 과일이 생겼다고 한다. 복숭아도 그렇거니와 자두와 살구를 전보다 많이 찾지 않아 활로를
모색하던 나주와 곡성 등 전남 지역 농민들이 이뤄낸 성과라고 한다. 맛이 좋다는데, 시판되면
과일가게에 들러 구경 한 번 하면서 살구랑 한 봉지씩 사 와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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