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놀려 먹기
Posted 2016. 6.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내 유전자의 상당 부분을 물려받아 닮은 구석이 많지만, 다른 구석도 많아 흥미로운 g가
오랜만에 이 공간을 찾았는지 가족 카톡창에 한 대목을 옮겨왔다(Drama Day(6/7/16). 전형적인
내 스타일의 글쓰기라면서 ㅋㅋㅋㅋ를 자그마치 35개나 날렸는데^^, 어떤 일이나 대상을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한다며 그 단적인 예로 숫자를 많이 열거한다고 놀려댄 것이다.
음~ 이렇게 보니 설명하는 투로 문장이 너무 긴데다, 한 문장에 숫자를 6개나 쓰고 있으니
딱히 부인하거나 반박할 도리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뭘 먹거나 대화를 할 때면 내가 블로그에
이걸 이러이러하게 서술할 거라면서 첫 문장을 주저리 너저리 읊어대는데, 싱크로율이 80%는 넘어
한바탕 유쾌한 웃음꽃을 피운 적도 여러 번이다. 내가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건 글뿐 아니라 사진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이건 식구들만 아니라 사진가급 지인에게서 두어 번 들은 바 있다.
줄곧 다른 이들의 말이나 글을 고치거나 놀려오기만 하다가 정작 내 글이 놀림 대상이 되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된 건데, 다행인 것은 외부인들이 아니라 가족에게서라는 것이다. 아마 같은
이야기를 밖에서 들었다면 수용하기 이전에 조금 기분이 나빴을 테고, 욱하는 심정으로, 아니 뭐가
어때서, 야 너 몇 살이야, 하면서 들이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고보면 지금까지 일종의
설명질을 통해 꼰대짓을 해 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음~ 유쾌한 지적을 받았으니 일부라도 수용하고 고쳐나가야 할 텐데, 잘 되려나 모르겠다.
일단 긴 문장은 의식적으로라도 짧게 쓰면 되겠지만, 몸에 밴 설명질, 묘사질, 꼰대짓은 생각처럼
잘 고쳐지지 않을지 모르겠다. 슬슬 지겨워지고, 너무 한다 싶어지면 독자 여러분들도 유사
가족으로서 한 마디씩 브레이크를 걸어주면 좋겠다. 달게 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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