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색 나무
Posted 2016. 7.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한여름 숲길은 깊고 어둡다. 해가 길어 연중 가장 많이 자란 나무가 빽빽하고 촘촘하게 숲을
채우면서 그늘을 만들기도 하지만, 물을 한껏 머금은 나무들이 평소보다 짙어 보이면서 어떤 건
나무 껍질을 검게 치장하기 때문이다. 푸른색이나 갈색이 아니라 검은색이나 까만색 나무라니,
상상이 안 될지 모르지만, 비가 많이 온 다음날쯤 산에 가 보면 평소보다 블랙톤에 가까운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나무가 이런 색이었나 할 정도로 까무스름해진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까만색 나무들은 낯선 느낌과 함께 살짝 머뭇거리게 하는데, 산길에도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살짝 긴장이 되면서 걸음을 멈추고 나무로 다가서게 만든다. 그러나 이내 생소해
보였던 느낌은 건강한 나무에 대한 반가움으로 바뀌면서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저기 보이는
숲을 향해 걸음을 옮기게 만든다. 나무에 뭐가 있는지, 길이 어떻게 변했는지, 어떤 풍경을
그리고 있는지 더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모든 나무가 죄다 까만색으로 바뀌는 건 아니다. 나무 껍질의 형태에 따라 유독 까매 보이는
것들이 있고, 여전히 브라운 톤, 그레이 톤을 유지하는 것들도 많다. 대체로 껍질이 굵은 나무들이
물기를 많이 머금어서인지 까만색을 많이 띠고 있었다. 개중에 어떤 나무는 한쪽은 까만색을 짙게
머금고 있고, 다른 반쪽은 원래색을 유지하면서 함께 서 있는데, 햇볕을 많이 받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차이겠지만, 둘의 조화가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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