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 계곡에 발 담그기
Posted 2016. 8.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찜통더위를 뚫고 산에 가는 일도 귀찮아 발걸음이 주춤했는데, 안 되겠다 싶어 얼음을 채운
물병을 들고 집앞 검단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까지 가야겠단 생각보단 일단 계곡 있는 데까지
가는 걸 1차 목표로 삼았다. 집에서 슬슬 걸어 30분 정도면 발을 담글만한 물이 흐르는 바위를
만날 수 있는데, 워낙 더워서인지 그 30분이 다른 때 한 시간 같았다.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나 한가친 바위에 깔판을 깔고 걸터앉아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발부터
담궜다. 계곡이라기보다는 개울 정도여서 물높이는 발목 위를 지나 종아리 정도 닿을 정도지만,
그래도 명색이 산중계곡인지라 시원한 게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아뿔싸! 더위에 가볍게 나오느라
두 가지를 놓고 온 게 아쉬워진다. 배낭에 미니 돗자리라도 넣어와 잠시 눕는 건데 못했고,
발 담그고 읽을 책 한 권도 챙기질 못해 팟캐스트만 들어야 했다.
개울이 보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한 시간 가까이 발을 담그고 있자니, 한기(寒
(冷
이들이며, 가볍게 입산주 한 모금 하는 이들,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와 더위를 식히는 이들도
있지만, 그저 여기까지 걸어와 문자 그대로 피서(避
한 시간 정도 발을 담그고 쉬는 호사를 누렸으니 다시 땀 흘리면서 정상까지 가 볼까도
싶었지만, 그놈의 꾀가 발목을 잡는다. 괜히 무리하지 말고, 다른 때 올라도 충분하니 오늘은
예까지만 즐기라는, 여기 계곡도 아기자기한 게 여기저기 살펴볼 것 많지 않느냐는 목소리에
못 이기는 척 계곡 모양새들에 눈길을 주다가 다시 찌는 더위 세상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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