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 유혹
Posted 2016. 8.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검단산 계곡에 발 담그러 갔다가 통나무들로 만든 벤치를 만날 때마다 근처에서 컬러 찌라시들을
보게 됐다. 크기며 스타일이 같은 걸로 봐서 한 군데서 만든 건데,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여행 상품을
알리고 있었다. 보통은 산 아래, 그러니까 등산로 초입 한쪽 벽에 잔뜩 걸어 놓고 한두 장씩 빼가게
하는데, 조금 머리를 써서 등산객들의 동선과 시선을 따라 배열해 놓은 것이다.
산행의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거나, 잠시 벤치에 걸터 앉아 가쁜 숨을 몰아 쉴 때 눈에 띄는
이 여행 찌라시들은 지난 수년 사이에 디자인도 제법 세련되면서 산마다 없는 데가 거의 없게 됐다.
등산과 여행 사이에 마케팅 효과가 제법 있는 모양이다. 전에는 전국의 유명 산들을 한밤중이나 이른
새벽에 버스로 데려다 주는 내용 일변도였는데, 근래에는 섬 관광과 인근 국가 해외여행 상품들도
많이 눈에 띈다. 언제나 일순위는 제주도 여행인데, 힐링여행을 표방하니 더 솔깃해 보인다.
대세는 제주 올레 (5/22/10) 찌라시 다리, 찌라시 나무 (2/5/15)
교통이 편한 제주도보다 의외로 가기 어려운 유명 섬 여행 상품들도 빠지지 않는다. 가격은
크게 해 놓고, 일정 및 안내 사항들은 깨알 크기로 해 놓았는데, 일단 목적지와 비용에서 승부를
보려는 것 같다. 서남해안의 홍도와 흑산도, 동해의 울릉도와 독도.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구미가
당기는데, 멀미를 동반하는 만만치 않은 뱃길 여행의 부담은 잠시 밀어두고, 이들의 이름에서
풍기는 풍광이며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다.
요 근래 TV를 통해 많이 소개된 곰배령은 천상의 화원이란 문구보다도 당일치기 교통편이
5만원이 채 안 된다는 착한 비용으로 시선을 잡아 끈다. 중국 황산까지 보이는 걸로 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베트남이며 라오스까지 나올지 모르겠다.^^ 전엔 심심풀이로라도 한두 장 찢어와
내용을 살펴보곤 했는데, 더위 탓인지 그마저 귀찮다. 어느것 하나 나를 낚아채진 못했지만,
그래도 은근한 유혹의 손길을 살짝 느낄 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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