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Posted 2016. 10.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지금은 소설 제목에나 등장하는 용어가 됐지만, 어렸을 때 살던 집엔 다락방이 있었다. 안방
한쪽에 딸린 허리 높이의 문을 열면 다락으로 올라가는 작은 계단이 놓여 있고, 그걸 밟거나 점프해
올라가면 작은 방 하나 크기의 방이 있었다. 천장은 그리 높지 않아 목이나 허리를 숙여야 했고,
처음엔 등도 달지 않아 늘 어두컴컴한 공간이었는데, 까만 손잡이를 딸깍 돌려 키는 백열등을
하나 단 다음에 빛이 생겼지만, 그리 밝진 않아 뭘 보려면 한참을 눈을 감았다 떠야 했다.
철 지난 이불 꾸러미부터 아버지 연장이며 집안의 온갖 잡동사니들을 놓던 공간이었는데,
장판이 깔려 있어 쌓인 짐들 사이에서 주사위 게임부터 시작해서 만화도 보고, 트랜지스터도 듣고,
낮잠도 자곤 하던 어렴풋한 기억이 난다(기억나는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놀다가 잠이 들어
해가 지도록 온 식구가 찾아 나서게 만들었던 유년 시절의 추억 하나 정도는 간직하고 있는데^^,
지금은 재개발이 되는 바람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다락방도 없어졌다.
두어 주 전 포항에 갔을 때 폐교를 보수한 연수원 한쪽에 있는 관사(교직원 숙소)에서 묵었는데,
침대 옆 벽에 손잡이 달린 미닫이 문이 있길래 궁금해서 드르륵 열어보니 작은 다락이 나왔다. 아마도
이불을 개어놓던 이불장 역할을 하던 공간으로, 옛날 우리집 안방에도 이런 공간이 있었던 기억이
나고, 그 왼쪽 옆에 다락방으로 올라가던 문이 하나 더 있었던 게 생각나면서 다락방에 관한
연결되지 않는 기억들이 몇 개 떠올랐다 사라졌다.
창고 기능을 하던 다락방은 오래된 구옥(舊
그 존재가 사라지고 말았다. 베란다 끝에 있는 수납장 정도가 비스므리한 기능을 하지만, 아무래도
옛날 다락방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생긴 것도 다르지만, 도무지 추억과 낭만의 공간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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