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자 그리스도
Posted 2017. 4. 30.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몇 해 전에 한동안 잊고 있던 존 스토트(John Stott)의 책이 개정판으로 새로 나왔단 광고를 본 적이 있다. 30년도 더 지난 1985년에 성서유니온에서 처음 번역돼 나올 땐 『변론자 그리스도』였는데(돌아가신 윤종하 선생의 동생이신 윤종애 선생이 옮겼는데, 역시 돌아가신 신약신학자 최낙재 선생의 아내), 2014년에 같은 출판사가 하드 커버로 개정판을 내면서(홍병룡 선생이 새로 번역) 제목도 『논쟁자 그리스도』로 살짝 바꿨다.
영국에서 Christ the Controversialist란 타이틀로 초판이 나온 게 엉클 존이 50세로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1970년이니, 그 후 반세기 가까이 지난 요즘 읽기엔 조금 낡고 철지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의 책들이 대개 그러하듯, 여전히 읽을만 했다(그의 서거 후 2013년에 But I Say to You...로 제목이 바뀌고 표현만 조금 다듬은 개정판이 나온 걸 옮겨 낸 것이다).
그리스도를 부를 때 구주(Savior), 주님(Lord), 선생(Teacher/Trainer) 같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듣기 좋고 부드러운 이름들이 여럿 있는데도 엉클 존은 왜 논쟁자/변론자란 터프한 타이틀을 붙였을까. 자칫 싸움꾼, 선동가, 고집쟁이, 독설가 같은 이미지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고,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은 딱딱한 논쟁자/변론자 이미지로 그리스도를 소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엉클 존이 만약 요즘 같은 감성적 터치를 중시하는 시대에 활동했더라도 이런 책을 썼을까.
아마 당연히 썼을 것이다. 그가 챕터별로 다룬 종교, 권위, 성경, 구원, 도덕, 예배, 책임, 야망 같은 이슈들은 약간 고리타분하고 고답적으로 보이긴 해도, 그때나 지금이나 교회와 신자들은 다들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지기 식으로 이해하고 고집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뭔가를 잘못 알면서도 자신의 확신을 굽히지 않는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 같은 이들에게 그리스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논쟁하고 변론하신다.
그러고보니 엉클 존은 논쟁적이고 변증적인 책을 여러 권 썼는데, 1988년 영국의 자유주의 신학자 데이비드 에드워즈와 여러 가지 이슈들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으며 함께 쓴 『복음주의자가 자유주의자에게 답하다 Essentials: A Liberal-Evangelical Dialogue』(포이에마, 2010)에서도 논쟁자로서의 그리스도와 그 제자 존 스토트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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