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
Posted 2017. 5. 21.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OMF 패밀리 멤버십에서 보내 온 새 책 『통과』(좋은씨앗, 2017)를 재밌게 읽었다. 히말라야 고원지대의 소수민족이 많은 나라에 의료선교사로 가서 위와 장을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는 정성이란 소화기내과 의사가 십여 년간 경험한 선교현장 이야기다. 무심코 읽기 시작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 썼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전개돼 빠지듯 읽었다(창의적 접근지역이라 국명을 밝히지 않았고, 추측컨대 선교사 이름도 본명이 아니고 미션 네임일듯 싶다).
자신의 삶과 사역의 궤적을 마치 음식물이 위의 여러 부위와 십이지장, 대장, 직장 등 거의 8m에 이르는 장을 통과하는 과정에 빗대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내용 못지 않게 글솜씨가 좋아 흥미진진했다. UBF 쯤으로 추정되는 대학생선교단체에서 받은 성경공부 훈련의 흔적이 매 챕터마다 이야기 속에 흘러 녹아내리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두루 구비된 전문인 선교사가 글을 쓰면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선교사들의 선교현장 이야기는 웬만하면 감동적이고 도전적이지만, 한편으로 너무 고결해 보이기도 하고 따라 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어 어떤 면에선 잘 안 읽게 되는데, 이런 선입견을 통째로 날려보내는, 아니 통과시키는 수작(秀作)으로 엄지 척! 할 수 있겠다. '통과'란 책 제목도 잘 잡은 것 같고, 표지 디자인도 무겁지 않고 자연스러워 들고 다니면서(타이틀부터 기독교 냄새를 물씬 풍겨 대중장소에 지니고 다니기 어려운 책들이 많다^^) 볼 수 있는 건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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