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등
Posted 2017. 3.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작년 언제쯤부터 외곽순환도로 광암터널 양방향 앞쪽에 재밌게 생긴 교통 안내판이 세워졌다.
터널에 진입하는 차들에게, 드라이버들에게 전조등을 켜라는 다이어그램인데,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글자와 그림이 누가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는 안내판이다. 어떻게 보면 터널 입구가 입을
벌리고 차를 꽉 베물듯한 기세를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전조등을 켜면 캄캄한 터널
안에서도 앞부분을 멀리 비출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그림이다.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하면서도 간명하게 보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니
말이다. 물론 이런 표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터널 안에 들어서서도 전조등은 커녕 미등도
안 켠 채 쌩까고 달리는 간 큰 차도 종종 보이는데^^, 자기만 아니라 주위 차들까지 위협하는
미숙한 운전습관과 매너다. 요즘엔 아예 터널 구간만 아니라 도로 위에선 교통 선진국들처럼
낮에도 무조건 전조등을 켜고 달리는 차들이 늘어났지만, 아직 그리 많진 않은 것 같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렇게 잘 만든 다이어그램을 보면 기분이 유쾌해지는데, 모름지기
공공디자인이라면 이런 마인드가 생명이고 기본이 아닐까 한다. 무식하고 강압적이거나 뭔가를
가르치려 드는 계도적인 문구를 함부로 들이댄다든지, 유치찬란하기가 이를데 없는 성의 없는
작품들이 적잖은데, 간혹 이렇게 담백하면서도 심플한 그림은 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든다.
머잖아 인공지능이 장착된 차들이 이런 안내판 없이도 알아서 해줄 때가 오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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