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 보는 재미
Posted 2017. 3. 3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작년부터 목요일 한밤중에 하는 <썰전>을 열심히 보고 있다. 그 전에도 했지만 아주 가끔
채널 돌리다가 재방송하는 걸 우연히 잠깐씩 보던 걸 유시민, 전원책이 나오면서 본방 고정
시청자가 된 것이다. 기본이며 속내까지 이질적이라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사람은 묘하게
합이 맞으면서 멋진 콜라보로 이 프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는데, 정치에 관심 없던
이들까지 붙잡아 시청율도 부쩍 끌어올렸다.
아무래도 이런 인기의 가장 큰 공은 유판서 -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을 전원책이
부러워하며 부르는 호칭이다 - 에게 있다는 게 자타공인 정설이다. 화려한 논리와 수려한 말빨에
논술 강사 뺨치게 끝내주는 정리 실력으로 정치 및 각종 시사 이슈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돈해 그를
둘러싸고 있던 호불호적 시각과 인상을 죄다 긍정적으로 돌려놓기에 이르렀다. 모르긴 해도 이제
어느 자리에 출마해도 너끈히 통과될 정도로 공감과 호감을 얻지 않았을까 싶다.
내맘대로 정국구상(11/16/16)에서 나는 유시민을 총리로, 전원책을 법무부장관으로 꼽아본 바 있다.
한편 이 프로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전변의 존재도 무시하기 어려워 보인다. 모름지기 이런
프로는 합이 맞아야 빛이 나는 법이다. 아무리 유시민이 잘나 보여도 전원책이란 삐딱선이 함께하지
않으면 자칫 고장난명(孤掌難鳴)의 신세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진상까진 아니어도 고집스럽게
보수적인 논조를 굽히지 않는 영락없는 밉상논객이지만, 나름대로 다른 수구꼴통 논객들에게선
찾기 어려운 품위와 끈기가 있어 보여 관전하는 즐거움을 준다.
변화된 시국 탓일까. 모처럼 샅바를 쥔 유시민은 전에 비해 부쩍 가르치려 하고, 전원책은
한풀 꺾여 수세적으로 듣는 시간이 길어 보이는데, 이거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썰전은 문자
그대로 썰을 푸는 전쟁일 때 재밌기 때문이다. 괜히 균형이나 조화를 인위적으로 만들려 하지 말고
제대로 떠벌이면서 일합을 겨룰 때 시청하는 맛이 난다. 그들은 떠들고 우린 생각하는 것이다.
오늘밤에도 둘이 한 판 제대로 붙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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