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판
Posted 2017. 5.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샌드위치 휴일을 맞아 괴산 동생네에 다녀왔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는 우리와는 달리
차를 마시는데 갈 때마다 티 테이블이 볼만 하다. 차판(茶盘)이라고 부르는데, 몇 해 전 쿤밍에
살다 귀국할 때 다른 짐 제쳐놓고 가슴에 품고 들고 왔다는 엄청 두껍고 무거운 나무 테이블 위에
작은 찻잔을 비롯해 차를 우려 마시기 위한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처음 우려낸 건 찻잔마다 따라서 덥힌 다음 버리고 잔이 빌 때마다 여러 번 따라 마시는데,
차를 내는 주인의 눈과 손이 바쁘겠다 싶었다. 커피 머신에 내려 머그잔에 가득 따라 마시면 되는
우리 같은 커피홀릭들과는 다른 시스템이 신기했다. 에뢰산(哀牢山)이란 보이차 생차를 마셨는데,
첫 잔은 약간 쓴 맛이 났지만 이내 담백한 맛을 냈고 열 잔은 족히 마신 것 같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며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朱木)나무로 만든 이 차판은 찻물을
버리면 살짝 경사진 구멍으로 흘러 호스로 빠져나가 퇴수통으로 흐르게 되어 있었다. 찻물을 모으는
시거처럼 생긴 청소붓도 있고, 퇴수된 물은 모아서 화초에 준다고 한다. 차를 마시는 이들은 좋은 차를
구하는 것과 이런 차판을 장만하는 게 로망이라는데, 우린 차를 아는 동생네가 있어 얻어 마시기도
하고 종종 이런 티타임을 가질 수 있으니 이만하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