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텃밭
Posted 2017. 5.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가끔 전혀 또는 별로 있을만한 자리가 아닌데도 절묘하게 자리를 잡고 보란듯이 가꾸는 텃밭을 보게 된다. 가령 화분만 놓던 아파트 베란다나 빌딩 옥상에 직접 흙을 깔아 화초나 나무를 심는 얘긴 이제 흔한 일도 아닌데, 우리 동네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 콘크리트 환풍시설과 보행공간 사이의 길고 좁은 공간이 텃밭으로 가꿔지고 있었다.
폭이 겨우 한 뼘 넘는 30cm쯤 돼 보이고, 길이는 5m는 족히 넘는 길고 좁은 공간인데다, 바로 옆엔 번듯한 화단이 있는 버려진 짜투리 공간을 가꿀 생각을 누가 했을까. 주민 아니면 경비 아저씨일 텐데, 이분들의 눈이 문자 그대로 혜안(慧眼)이란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꼭 무얼 심고 가꾸고 거두어서가 아니라, 지나다니는 이들의 미소를 짓게 하니 말이다.
워낙 예상치 못한 곳에 만들어진 텃밭이어선지, 지나다니는 이들이 무심코 밟거나 강아지들이 들어가 헤쳐 놓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는 노심초사(勞心焦思) 안내문을 위 아래 두 군데나 붙여 놓았다. 덕분에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해 아직 구분할 순 없지만, 심겨진 게 보통 텃밭에 심는 것들과는 조금 다른 도라지, 여주, 금잔화란 걸 알 수 있었다.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식물들을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