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 내가 사께
Posted 2017. 5. 3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거의 갈 일이 없지만, 거리의 술집 앞을 지나다 보면 종종 개성 있고 기발한 문구에 시선이
머물면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살펴보곤 한다. 재밌는 이름의 간판이며 술집 특유의
기똥찬 호객 문구들이 그런 일을 부추기는데, 비록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진 않더라도 이리저리
기웃거리게 만드는 덴 선술집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 혈압을 체크하러 사무실 앞 병원에 갈 때면 영락없이 눈길을 끄는 가게가 하나
있는데, 조금 긴 가게 이름과 반값에 도전하는 술값 선전도 재밌지만, 볼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면서 이 가게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포인트는 바로 "사케! 내가 사께"이다. 이 가게만의 오리지널
카피인지, 다른 데서 따온 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끝내주게 잘 지은 카피라고 생각한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간단 단순 명확 단호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라임을 절묘하게 살린 게 볼 때마다 입에 착착 붙는데, 오죽하면 사케를 먹어본 적 없으면서도 한 번
들어가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행히 벌건 대낮이라 문을 안 열어 그런 일은
없겠지만, 세상사 모를 일이다. 혹시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건 다 이 멋진 카피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