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복음주의 지형도
Posted 2017. 6. 21.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두 해 전에 나온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복 있는 사람, 2015)를 읽었다. 재미라곤 1도 없어 보이는 딱딱하고 무거운 제목은 눈에 잘 안 들어오고, 사 두어도 손에 잘 안 잡히고, 읽어도 별 재미 없을 책이란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복음주의 운동에 몸 담고 있는 이들, 그러니까 복음주의가 뭐고,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고,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어느 정도 관심을 두어 온 이들에겐 요점과 핵심을 간략하게 정리해 주는 한 권으로 읽는 괜찮은 복음주의 역사 해설서다.
우선 번역서가 아니고 우리 학자(이재근 박사)에 의해 정리된 책이라는 게 돋보이고, 이 분야의 권위자 중 하나인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대학의 브라이언 스탠리(Brian Stanley) 밑에서 공부했다는 이력도 어느 정도 권위를 부여할 만해 보인다. 스탠리 박사가 정리한 복음주의사를 국내 독자들에게 맞게 추려 다시 썼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읽히고, 복음주의의 대강을 파악하는 데 유용했다.
"세계 기독교 관점에서 보는 복음주의 역사"란 부제가 보여주듯, 이 책은 세계 기독교(World Christianity)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여전히 영미 중심이긴 하지만 20세기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기독교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복음주의와 관련해 한두 번씩은 들어봤을 만한 인물들과 책, 대회, 이슈 등을 어렵지 않게 소개하고 있으므로 복음주의 운동 입문서로 이만한 책도 없다고 보여진다.
성경과 신학, 지성과 변증 등을 다루는 전반부에도 유용한 정보가 많지만, 이 책의 특장점은 후반부 5, 6장에서 볼 수 있는데, 로잔 운동과 사회정의, 오순절과 은사주의 운동이 복음주의 지형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한 장씩 할애하는 대목이다. 특히 6장에서 다루는 오순절 운동은 국내 복음주의 계열의 저작들에선 쉽게 볼 수 없던 내용이라 흥미롭게 읽혔다.
이 책을 읽으면서 후속편으로 한국 복음주의 지형도도 이렇게 한 권으로 말끔하게 정리돼 나오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현대사 기록이 만만치 않은 게 관계자들이 생존해 있고 교단과 단체들의 눈치와 압력이 예상돼 쉬운 작업은 아니겠지만, 현대교회사를 전공한 전문학자들이 맘 먹고 작업하면 괜찮은 작품이 나오겠다 싶기도 하다(저자가 말미에 작업중이라고 밝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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