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의 창궐
Posted 2017. 7.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산에 다니다보면 처음엔 힘들기도 해서 그저 땅만 바라보며 오르내리는데 급급해 하다가 조금씩
눈을 들고 경치를 보게 되고 점점 익숙해지면 주위를 둘러보면서 나무와 꽃, 바위와 돌들이 서서히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조금 더 지나면 이끼나 버섯 같이 한켠에 숨어 있는 것들도 눈에
들어오는데, 나는 아직 이런 경지까지는 못 들어섰다.
한여름 더위와 장마비로 습도가 높아지면서 지난달까지 눈에 잘 안 들어오던 버섯들이 마구
피어오르면서 보이기 시작했다. 깊숙한 산도 아니고 동네산의 등산로를 벗어나지 않고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니 약초 기운이 있는 식용버섯들은 아닐 것이다. 당연히 아직 이름도 모르겠고, 구별도
잘 안 되는데, 하여간 크고 작은 버섯들이 우후죽순인양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지개 정도 하는 걸 버섯의 발흥(發興)이라 부르기엔 조금 거창하고, 버섯이 기승(氣勝)을
부린다거나 버섯의 준동(蠢動)이라기엔 조금 오버하는 것 같아서 적당한 표현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버섯의 창궐(猖獗)이라 부르면 좋겠단 느낌이 들었다. 사전적 의미는 "옳지 못한 세력이 발생하여 사납고
세차게 퍼져 나감"으로 고작 산버섯들에 이런 단어를 쓰는 건 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독버섯들이라면
이미지가 적당할듯 싶다.
'I'm wandering > 동네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등산화 밑창 (0) | 2017.08.22 |
---|---|
쌍으로 피어난 버섯 (0) | 2017.08.10 |
장마철 파인 등산로 (0) | 2017.07.22 |
바위꽃 (0) | 2017.07.20 |
산길을 걷는 즐거움 (2) | 2017.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