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으로 피어난 버섯
Posted 2017. 8. 1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산길을 걷고 있는데, 버섯 두 개가 보였다. 다른 계절엔 등산로를 조금 벗어나 외지고 후미진 바위
틈새나 나무 둥걸, 수북한 낙엽더미 쯤에 이르러야 볼 수 있지만 덥고 습하고 비 내리는 여름철엔 웬만한
산길에서 쉽게 보이는 게 버섯이다. 연중 가장 자라기 좋은 시절을 맞았는지 흔히 보는 키 작고 납작한
모양이 아니라 제법 행색을 갖추고 번듯해 보였다.
색은 다르지만 모양이 비슷해 가까이 가 보니, 거의 나란히 붙어 쌍으로 나다가 하나는 제대로
서 있고, 그 옆에 건 부러져 뒤집혀 있었다. 때가 돼서 저절로 부려졌을 수도 있지만, 지나가는 산객의
발이나 스틱에 채여 저리 됐는지도 모르겠다. 상태가 좋은 걸 보니 떨어진 지 얼마 안 된 모양이다.
버섯에겐 안 된 일이지만, 덕분에 버섯의 앞 면과 뒷 면을 한 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었다. 뒷 면의
촘촘한 빗살무늬가 아름다웠다.
조금 더 올라가서 사인암으로 가는 계단 구간을 만나기 전 쉬었다 갈 수 있는 벤치 아래쪽
부러진 나뭇가지 옆에도 작은 버섯이 쌍으로 나 있었다. 크기가 작아 무심코 보면 버섯인 줄
몰라볼 것 같고, 껌이나 팝콘이 버려진 걸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피어난 자리나 크기 모두 도무지
혼자서는 명함을 내밀 데가 아니란 것을 지들도 알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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