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책들
Posted 2017. 10. 26.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사무실에 두고 있는 책들 가운데 읽기-쓰기-편집 등 문서사역과 관련된 책이 놓여 있는 코너를 보다가 비슷한 제목을 하고 있는 책들이 눈에 띄었다. 한겨레 고경태 기자가 쓴 책(2009)은 제목 그대로 에디터의 역할을 잘 다뤘다. 다이어트(글 줄이기), 제목 갖고 놀기, 가끔은 표지나 광고로 사기 치기 등 독자와 책 사이를 연결시키는 작업을 유혹하는 일이라 잘 규정했다.
읽기와 쓰기에 대해 유혹하는 책들은 번역서인데, 『미저리』, 『그린 마일』 등으로 잘 알려진 스타 작가 스티븐 킹의 책은 On Writing(2001)이란 짧고 중립적인 타이틀이 너무 수수해 보였는지 출판사에서 다른 제목을 붙이면서 대신 부제로 '스티븐 킹의 창작론'을 달았다. 저자의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고 영화만 몇 편 봤을 뿐이라 당연히 책 제목에 끌려 샀는데, 소설 창작 과정에 대한 경험에서 우러난 여러 좋은 아이디어들을 주고 있지만, 딱히 그리 재미 있진 않았다.
앨런 제이콥스의 책은 휘튼에서 30년간 영문학을 가르쳤다는 약력에 흥미를 느껴 선뜻 산 건데, The Pleasures of Reading in an Age of Distraction(2011)을 역시 출판사에서 독자들을 잡아 끌기 위해 달리 붙인 제목이다. 대학 교수의 독서론이어서 그런지 실용적이라기보다는 다소 지루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 방면의 고전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을 비판적으로 본 것까진 좋았지만, 독서의 즐거움을 일깨워 준다기보다 성실하지만 재미는 없는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살 땐 제목에 끌려 유혹을 당했는데, 즐겨 읽진 않았으니 정작 읽을 땐 유혹을 받지 않은 셈이다.^^(유감이지만 이런 책들이 한두 권이 아니다) 그렇다고 터무니 없는 내용은 아니고, 언제 다시 들춰보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테니 아주 낚인 건 아닐 것이다. 모르긴 해도 유혹하는~ 으로 시작하는 책이 몇 권은 더 있을 텐데, 유혹만 하지 말고 스파크를 일으켜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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