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아니 세 번째 스무 살
Posted 2017. 10. 1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수요일 아침 모임 시작하기 전에 식사와 함께 커피가 나왔는데, 종이컵 홀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이 교회가 11월에 하는 40대를 대상으로 하는 전도대회 타이틀인 모양인데, 대상자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펠트 니즈를 자극하는 영리한 작명이었다. 한동안 유행하던 총동원, 전교인,
대각성 같은 촌스러움이라곤 1도 없어 보이는 중산층 메가처치다운 훌륭한 브랜드 디자인이었다.
커피를 마실 때마다 컵을 만지작거리면서 불현듯 문득 두 번째 스무살이 언제였던가 싶은 생각이
찾아왔다. 벌써 진작에 지나갔고, 어느덧 세 번째 스무살을 바라보는지라 그날따라 잠시 상념(想念)에
젖어 약간 센티해진(sentimental) 것 같다. 이런 적이 별로 없었는데, 정말 연식이 꽤 됐구나 싶어
혼자 픽 웃고 말았다.
스무살의 또 다른 말인 청춘, 청년정신 운운하면서 나이로만 세는 스무살은 그리 큰 의미가 없노라
강변하거나 저항하는 건 실없는 일이고 괜한 정신 승리일 것이다. 어쩔 수 없지만 돌아봐야 하고,
붙잡을 수 없는 그 스무살들 앞에 두 번째, 세 번째를 붙여야만 하게 됐지만, 그래도 사소한 넛지(nudge)
하나가 오랜만에 저 멀리 사라져간 것 같았던 감흥을 잠시나마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I'm wandering >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스트시즌 (2) | 2017.10.30 |
---|---|
여권을 새로 만들다 (0) | 2017.10.24 |
급하게 부산을 다녀오다 (4) | 2017.10.18 |
ALCS / NLCS (0) | 2017.10.16 |
정거장 앞 과일가게 (0) | 2017.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