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ura 숲길 트레킹 2 - 후미가 좋사오니
Posted 2017. 12. 2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
오전에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갔다가 2시 배로 나와서 30분 넘게 차로 이동해 트레킹을 시작한 시간은 4시 반쯤 됐다. 우리나라 같으면 산에서 내려왔을 시간이지만, 5월 중하순 날씨에 섬머타임 포함해 우리와 네 시간 시차가 있어 걷기 딱 좋았다. 주차해 둔 곳으로 돌아오는 왕복 코스 대신 바닷가까지 쭈욱 이어지는 편도 2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를 걸었다. 조금 번거롭긴 해도 트레킹 대신 스파를 택한 분들을 안내하던 준식이 와서 다시 주차해 둔 곳으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
카우리 나무와 은빛 고사리를 위시해 울창한 숲길 사이로 길이 잘 나 있었는데, 보이는 풍경마다 하나같이 새로워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다 보니 1진과 2진으로 팀이 자연스레 갈리게 됐다. 원래 땀 흘려가며 선두를 치고 나가는 건 취향상 잘 안 하고, 사진도 찍을 겸 후미에서 너무 간격이 벌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타박타박 걸음을 옮겼다. 강철 체력 폴이 나와 보조를 맞추느라 고생했을 것 같다.
걷다 보니 우리처럼 나무 계단 구간도 종종 보였는데, 우리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계단이 놓여 있었다. 우리네 등산로는 나무판을 숙여 놓아 밟게 하는데 비해서 여긴 세워 놓고 안쪽의 흙을 밟게 하는 방식이라 새로워 보였다. 흙을 밟는 기분을 계속 맛보게 하는 이런 방식도 괜찮아 보였는데, 발이 나무에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아 일장일단이 있을 것 같았다. 나무 데크가 이어지는 구간엔 십자 모양의 미끄럼 방지 장치를 해둔 것도 색달라 보였다.
14ers(포티너스라 읽는데, 콜로라도 로키 산맥의 14,000ft, 그러니까 4천m가 넘는 60개 가까운 고봉들을 오르는 걸 목표로 산에 다니는 이들이 많고, 필립 얀시도 그들 중 하나라고 한다)를 주름잡고 다니던 김도현 교수는 빠르게 걸어야 심장이 뛰면서 걷는 맛이 난다는 타입인데, 뉴질랜드의 젊은 피 서영과 의진이 보조를 맞춰 선두를 치고 나가면서 중간중간 우리를 기다려 주었다.
출발할 땐 긴 바지를 입고 있던 김 교수는 중간에 땀이 나는지 바지를 찢어(지퍼로 무릎 아래를 벗을 수 있는 등산바지였다^^) 반바지 차림이 됐는데, 이런 바지를 처음 봤는지 서영과 의진이 신기해 하는 것 같았다. 중간에 두 번쯤 잠시 쉬고는 두 시간 정도 산길을 거닐자 바다가 보이면서 바닷가 길이 나왔는데, 여기서 빠져나가는 길을 서영이 잠시 헷갈려해서 30여 분 왔다리 갔다리 했지만, 그 또한 트레킹의 재미였고, 덕분에 여유 있게 풍경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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