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 Tree
Posted 2018. 1. 2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나무를 보면서 경이감을 느낄 때가 가끔 있다. 6년 전 가을 로토루아에서 레드우드를 처음 봤을 때, 4년 전 여름 미국에서 다시 레드우드와 조우했을 때, 그리고 요세미티에서 각양각색의 나무들을 봤을 때, 아니 그 훨씬 이전 2000년에 워싱턴주에 있는 레이니어 마운틴에서 쓰러져 있는 집채만한 나무를 볼 때도 압도적인 경이감을 느끼곤 했다. 이번엔 키가 아니라 아랫쪽에서 옆으로 길게 자라는 나무들이 그런 순간을 선사해 주었다.
어느 해안이었는지 이름을 잊었는데, 마타카나 인근 해변 바위 위를 걷다가 거대한 뿌리를 동반한 나무가 발걸음을 불러세웠다. 위로 자란 나무는 평범해 보였는데, 아랫 부분이 마치 뿌리처럼 횡으로 길고 두툼하게 연결돼 자라는 게 다른 데선 보기 어려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나무가 두 갈래로 자란 건가 했는데, 지나가면서 보니 비슷한 간격을 두고 세 갈래, 아니 네 갈래를 이루고 있는 것도 신기했다. 옳다꾸나, 생소한 이 나무 생긴 그대로 2-3-4 Tree라 불러주면 되겠다 싶었다.
아무리 식생이 다른 남반구라 할지라도 참 희한한 모양으로 자란다 싶었는데, 근처에 이 나무의 전모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커다란 바위 위에서 그 못지 않게 두툼한 뿌리를 드러낸 게 미처 땅속으로 뿌리 내리지 못하고 바위 위에 걸터앉아 난마처럼 얽혀 똬리를 튼 것 같은 모양새였다. 처음부터 이렇게 노출된 채 자라고 있는 건지, 아니면 해안가에 심긴 거라 이리 된 건지 알 순 없지만, 처음 보는 기괴한 모습에 발은 멈추고 입이 딱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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