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사 읽은 프랑스 소설
Posted 2018. 2. 19.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프랑스 여성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 의 『달콤한 노래 The Perfect Nanny』(아르테, 2017, 불어 원제는 Chanson Douce)를 읽었다. 프랑스 소설은 아주 오랜만에 샀는데, 즐겨 듣는 두 팟캐스트의 영향이 컸다. 두어 달 전 <책, 이게 뭐라고>에서 이다혜 기자(씨네21)가 방한한 작가와 나눈 대담을 들으면서 매력을 느꼈고(알아 들을 순 없어도 저자의 프랑스어가 환상적으로 들렸다), <빨간책방>에서 김중혁과 이동진이 두 주에 걸쳐 작품을 논하는 걸 듣고는 바로 주문했다.
"아이가 죽었다. 단 몇 초만에."란 『이방인』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첫 문장부터 독자를 흡입하는데, 영어 타이틀처럼 완벽해 보이던 보모가 돌보던 두 아이를 살해하기까지 동기와 배경 등 소설적 암시를 군데군데 잘 숨겨놓았다. 두 팟캐스트를 통해 스토리와 스타일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잘 써진 소설이 지니고 있는 힘 때문인지 별다른 방해가 되지 않고 마지막까지 집중하게 만들었다. 군더더기 없는 단문형 문장도 속도감 있게 읽히면서 몰입을 도와주었다.
1981년생이니 채 마흔이 안 된 북아프리카 모로코 태생인 작가는 저널리스트로도 일한 바 있는데, 두 번째 작품인 이 소설로 2016 공쿠르상(Prix Goncourt) - 마르셀 프루스트, 앙드레 말로, 시몬 드 보부아르, 로맹 가리 등이 수상한 100년이 더 된 꽤 권위 있는 상이라고 한다 - 을 받고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슬리마니의 작품은 우리말로 처음 번역됐다는데, 앞으로 나올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알라딘이나 예스24 같은 인터넷 서점은 이런저런 굿즈(goods)라 부르는 판촉물로 유혹하는데, 프랑스판 표지로 된 노트를 100마일리지를 차감하면 주길래 안 받을 이유가 없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갈리마르에서 나온 원서 표지는 아무런 장식 없이 아주 심플한데 비해 우리말 번역본 표지는 상대적으로 꽤 세련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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