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Posted 2018. 2. 20.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2월 중순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에 시작해 부활절까지 이어지는 사순절(Lent)을 보내면서 올해도 톰 라이트(N. T. Wright)의 묵상집을 읽고 있다. 우리말 번역본은 『톰 라이트와 함께 읽는 사순절 매일 묵상집: 마태복음』(에클레시아북스, 2014)이란 긴 제목으로 나왔는데, 원제는 톰 라이트 특유의 제목을 딴 Lent for Everyone Matthew이다. 마가복음과 누가복음도 번역판이 나와 있는데, 나는 마태복음 편만 구입해 매년 이 시기에 하루 한 본문씩 따라 읽고 있다.
四旬節이란 한자어가 보여주듯 네 번의 열흘, 즉 40일간 계속되는 이 절기는 주일을 제외한 6주간을 의미하는데, 올해는 2월 14일부터 부활절인 4월 1일 전날, 그러니까 고난주간이 끝나는 3월 31일까지 계속된다. 내 신앙의 뿌리를 형성한 교회(예장 합동)는 예전(禮典, Liturgy)이나 교회력(敎會歷)을 강조하지 않아 사실 사순절 같은 절기에 대해 잘 몰랐다. 자연히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도 배우거나 몸에 배지 않아 맹숭맹숭 건너뛸 때도 많고, 그저 이런 책을 따라 읽는 정도다.
사순절 동안엔 전례를 지키던 옛 신자들처럼 주일을 제외한 40일 금식은 못해도 며칠 금식이나, 아니면 하다 못해 고난주간 매일 한끼 금식이라도 하면서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수난을 깊이 묵상해야 마땅하건만, 그것도 어쩌다 한두 번 시늉만 내다 말게 된다. 그래도 매일 두세 페이지씩 이런 책을 읽어가다 보면 군데군데서 평범해 보이면서도 번뜩이는 대가의 묵상을 만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어 좋다.
"사순절은 훈련의 시간이며, 고백의 시간이며, 정직의 시간이다. 그것은 하나님이 엄격하시거나 추궁하고 지적하시는 분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가 우리에게 원하시는 바는 우리가 우리의 내면이 청소되는 기쁨을 알며, 또한 그가 예비하신 선한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순절 첫째 주: 주일, 28면)
● 우리 저자의 책으로는 와싱톤의 김영봉 목사가 쓴 『가상칠언 묵상』(3/4/10)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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