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편과 고백 - 한국교회를 보는 색다른 눈
Posted 2018. 2. 9.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50을 전후한 목사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한국교회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을 각각 써 냈다. 이진오 목사가 작년 가을에 『재편』(비아토르, 2017)을, 양광모 목사가 올해 초에 『고백 에클레시아』(선율, 2018)라는 제목으로 냈는데, 재편(Reshaping)과 고백(Go Back)이라는 서로 다른 타이틀이 묘하게 통하는 것 같아 함께 읽었다(에클레시아는 교회를 뜻하는 헬라어).
이 목사는 새벽이슬, 기윤실 등에서 교회세습반대, 스포츠투데이 반대운동(이 신문 회장이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장남으로 거액의 교회 헌금이 엄한 데 유용됐다는 주장), 성추문에 휩싸인 전병욱 목사를 고발하는 책과 운동 등 교회 안팎의 다양한 개혁운동을 하다가 인천에서 작은교회 둘을 개척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대형교회를 추구하는 왜곡된 기독교 생태계에서 교인수 50-200명 정도가 더불어 함께하는 건강한 작은 교회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
양 목사는 동안교회, 지구촌교회 등 잘 알려진 대형교회에서 수석 부목사를 역임하고(부교역자의 급을 따지고 내세우는 게 한국교회 풍토다^^) 강북의 중견 교회 청빙을 받아 담임목사로 있다가 2년만에 사임하고 유럽의 전문 바리스타-로스터 과정과 미국의 커피품질평가사(Q-그레이더) 과정을 이수한 후 강동 상일동에 6평 카페를 차려 동네 사람들과 만나는 색다른 사역을 시작했다. 안락한 전통 목회의 길을 떠나 자비량하는 시장(marketplace)으로 뛰어든 것이다.
두 사람이 시대적 과제로 공히 내세우는 건 건강한 교회를 세우자는 것인데, 통하는 점도 많지만 스타일과 접근방식은 표지의 차이만큼 달라보였다. 『재편』이 건강한 작은 교회를 이루는 이론적인 토대를 제공한다면(재미없거나 어려운 내용은 아니어서 술술 읽힌다), 『고백』은 카페라는 세상과의 접촉점인 근접 공간(proximity space)을 통해 불신자들과 가나안 교인들을 만나는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를 지향하는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책의 완성도나 편집 디자인은 『재편』 쪽이 좀 나아 보이는데, 중간중간 삽지 형식으로 교회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일깨우는 몇 가지 팁도 흥미롭다. 그 중 <남용하거나 오해하는 교회 용어>의 제목만 옮겨본다(101-103면):
▶ 성전이 아니라 예배실이다
▶성직자가 아니라 목회자이다
▶ 평신도가 아니라 일반 신자이다
▶사례비가 아니라 생활비이다
▶ 성지순례가 아니라 기독교 문화유적지 탐방이다
▶ 일천번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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