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on Writing
Posted 2018. 3. 13.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편집자로 지내다 보니 책읽기 다음으로 글쓰기에 대한(On Writing) 책들을 제법 사 읽었다. 전에는 이 분야 책들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독서, 여행, 음식 등 대중적인 이슈들이 활발해지고 블로거를 비롯해 SNS 글쓰기가 대중화 되면서 글쓰기 방법론과 이런저런 노하우를 다루는 책들이 최근 1, 20년간 일일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많이 나왔다. 사무실에도 두고 집에도 두고 읽다 보니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어떤 건 어디 숨었는지 눈에 잘 안 띄기도 하는데, 언제 한 번 정리가 필요하다.
이 분야 책들은 필요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재미는 없는데^^, 그래도 새로 나왔단 광고를 보면 혹시나 뭔가 새로운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게 되지만, 역시나 입맛에 딱 맞는 걸출한 책을 만나긴 여간해선 쉽지 않다. 다들 나름대로 경험에서 우러난 좋은 팁을 주기도 하지만, 내 구미나 취향과 맞지 않는 얘길 하는 경우가 많아 부분적으로 반짝이는 대목을 참고는 하지만, 계속 따라 읽는 게 지루해지거나 피곤해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요 근래 산 책은 소설가 두 사람이 쓰거나 옮긴 건데, 김중혁이 쓴 『무엇이든 쓰게 된다』(위즈덤하우스, 2017)와, 한유주가 번역한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Advice to Writers』(다른, 2017)이다. 김중혁의 책은 신문과 블로그에 연재되던 때부터 눈여겨 보면서 강의 ppt에 인용하기도 했는데, 폼을 잡지 않으면서 새겨 들을만한 요긴한 얘기들을 무겁지 않게 해서 읽기 좋았다. 글뿐 아니라 그림도 그릴 줄 아는 이라 중간중간 그림으로 창작의 비밀을 풀어주는 것도 이 책의 특장점이다.
중간중간 매우 실용적인 권면들이 숨어 있는데, 그야말로 발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가령 믿음과 소망과 관찰, 그 중에 제일은 관찰이다. 재치와 끈기와 열정과 야심이 불타올라도 관찰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10면, Intro 중에서) 글쓰기는 고통스럽다. 하지만 고통을 넘어서면 엄청난 쾌감이 기다리고 있다.(284면, 에필로그 중에서) 같은 대목은 작가의 어떤 경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한유주가 옮긴 책은 미국의 논픽션 작가이자 편집자인 존 위너커(Jon Winokur)가 엮은 책인데, 최근작이 아니고 1999년 책이다. "작가들의 작가에게 듣는 글쓰기 아포리즘"이란 부제가 보여주듯 헤밍웨이, 줄리언 반스, 커트 보니것, 스티븐 킹 등 내로라하는 작가 4백여 명이 글감, 표절, 플롯, 스타일 등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들려주는 요긴한 팁이랄까 가이드를 뽑아 챕터별로 발췌 인용해 모아놓은 책이다. 심심할 때 아무 데나 펴서 훑어보다가 꽂히는 문장을 곱씹어 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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