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쓴 책 <묵상과 해석>
Posted 2018. 3. 26.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정성국 교수의 『묵상과 해석』(성서유니온, 2018)을 재밌게 읽었다. <매일성경>에 2년간 연재한 "큐티를 위한 해석학적 변명"을 묶은 책이라 그리 어렵지 않고, B6 변형판이라 손에 들고 읽기 딱 좋다. 무엇보다도 해석학자로서 대중화 된 큐티의 약점과 맹점을 바로잡는 문제의식과 적실한 솔루션을 친절하게 들려 준다. 정 교수는 장신 출신으로는 흔치 않게 필라델피아 웨스트민스터에서 성경해석학과 바울신학을 공부했고,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ACTS)에서 신약학을 가르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관찰-해석-적용 과정을 통과하는 말씀 묵상이나 설교 준비에서 자타공인 가장 어려운 대목은 해석이다. 교회를 오래 다녀도 대개 따로 훈련 받을 기회가 없는 고로 대충 또는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하거나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치부해 무비판적으로 답습하거나 그냥 건너뛰는 경향을 보인다. 관찰도 그렇지만 해석이 제대로 안 되거나 잘못 되면 그 다음 스텝이 꼬이면서 엉뚱한 적용을 하게 마련이다. 아마도 가장 흔한 오류는 알레고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인데, 이 또한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용인하는 융통성을 보여 준다.
전문적인 해석 방법론을 다루는 책은 아니지만 저자는 잘 알려진 신구약 여러 본문들을 예로 들어 해석적 상상력을 넓히면서 올바른 해석으로 나아가도록 디딤돌을 놓고 있다. 이를 위해 성경을 ● 하나님의 선교 이야기로 ● 예수님을 가리키는 이야기로 ● 지금 여기에 임한 미래의 하나님 나라 이야기로 ● 신앙 공동체의 이야기 등 4개의 '이야기'(meta-narrative)로 읽으라고 제안한다. 이렇게 해석의 큰 틀이랄까 프레임을 갖추면 크게 실패할 일은 없겠다 싶은 현실적인 가이드로 읽혀졌다.
내용도 좋지만 두어 가지 개인적인 인연도 있어 안심하고 권할 수 있다. 복상 시절 고대 기연 학생 여럿이 역삼동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중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됐고, 그후 유학을 갔다가 돌아와 나들목교회 식구로 3년간 가정교회를 함께 하면서 서로의 집을 오가며 한솥밥을 먹고 교제를 나눈 터라 인격과 따뜻한 성품을 보장할 수 있다. 독립 저술로는 처녀작인 셈인데,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 썼다.^^ 널리 읽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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